
지금의 가수 양희은을 있게 한 건 '아침이슬' 때문만이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와 너무도 '딱' 어울렸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 불후의 명곡으로 양희은 더 유명해졌다. 가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차가운 네 눈길에 얼어붙은 내 발자국. 돌아서는 나에게 사랑한단 말 대신에 안녕…" 실연당한 연인들은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수많은 눈물을 흘렸다.
1936년 12월 11일.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는 전 세계를 향해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다." 왕의 마음을 흔든 건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 부인. 이혼녀와는 결혼할 수 없다는 영국교회의 반대에 "그녀가 없으면 왕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왕관을 버렸다. 그의 말은 전 세계 연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세기의 사랑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를 빠질 수 없다. 마크롱은 10학년이던 15세 때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40세 교사 브리지트 여사를 만났다. 브리지트는 3명의 자녀를 둔 유부녀. 심지어 브리지트의 딸은 마크롱과 같은 반 친구였다. 아들의 연애 소식을 들은 부모는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그들의 불같은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다.
지난달 29일 중간선거 지원 유세 도중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폭탄 발언은 놀라웠다. 그는 "나는 과거에 매우 거칠었고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였지만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우린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앞 뒤를 떼고 이 부분만 들었다면 세계는 트럼프의 커밍아웃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 사람의 성향 때문에 '사랑타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길도 만만치 않다. 어제 코리 가드너 민주당 의원은 "이혼을 대비한 혼전계약을 맺었길 바란다"고 했고,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 외교의원도 "독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하는 것은 매우 쌀쌀하고 잔인하다"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조차 "사랑같은 소리 집어 치우라. 김정은은 사랑할 구석이 아무것도 없다"고 일침을 놨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결판나면 "후폭풍은 끔찍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보다 '이루어 진 사랑'이 보는 이들에겐 더 좋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