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13년부터 '경제개발구' 추진
한국 지렛대 삼아 다른 국가로부터
외국인 투자·기술유치 전략 필요
법 집행 공정성·제도적 차이 조정
세제·관세등도 세심하게 정비해야


2018100701000476200020891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정은 브랜드'는 무엇일가. 2015년 KDI 보고서는 그의 경제정책 브랜드로 '경제개발구'를 들고 있다. 물론 김정일 시대에도 경제특구 정책이 추진되었다. 1993년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여, 중앙과 지방에 차별화된 경제개발구 정책을 구체화하였다. 각 지역에 20여 개가 넘은 경제개발구가 추진 중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고강도의 대북제재가 실시되었음에도 올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개발에 집중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북한은 경제건설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조성하여 주변 국가들과 긴밀한 연계정책을 실시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밝혀 왔다. 스스로의 변화에 의해 성장을 이룩할 것인가. 외부의 강제에 의해 조정을 당할 것인가. 북한은 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대북제재의 해제를 기대하는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같은 차원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접경지대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제 11회 투먼포럼'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연변대에서 개최된다. 최종자료를 보니 7개 분과에 중국, 일본, 남북한 그리고 러시아의 교수와 전문가 200여 명이 참여한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5개 대학의 총장과 국책 연구원장 등이 참여하고, 북한의 김일성종합대 부총장과 15명의 교수가 발표한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이 참여하는 각종 행사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포럼에 대거 참여하는 것을 보니 북한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경제 분야의 주제는 두만강 지역의 공동이익을 위한 방안과 전망, 법학분야는 인류공동체의 시각에서 본 동북아지역의 법제도 협력방안이다. 향후 중국과 북한 접경지대의 사업 참여를 염두에 두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운용경험이 창지투와 나선에 주는 법적 시사점'을 발표논문으로 제출하였다.

최근 중국은 지린 및 창춘과의 연계 강화와 산업의 전후방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지린성 13.5규획, 훈춘시 경제개발 추진전략, 그리고 북한의 나선지역과의 연계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열리면 훈춘과 나선 그리고 러시아 자루비노의 삼각지역은 주변 국가들의 참여로 환동해권 경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중국 일대일로 전략과 함께 한국의 안보환경과 경제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창지투와 나선 경제지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경험을 상호 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우선 외국인 투자가가 중시하는 것은 재산권의 보장이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경제자유구역이라고 해도 외국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 북한의 경우 한국을 지렛대로 삼아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외국인 투자와 기술유치를 이끌어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자유구역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사람과 기술이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의 자본과 투자규모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은 노동기반 사업을 AI나 로봇으로 대치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 북한의 경제자유구역을 R&D와 기술 중심으로 조성하여 상호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경우 법 집행의 공정성, 주변국가의 정치, 인프라, 기술 수준, 문화, 법적 제도 등의 차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전략도 마련되어야 한다. 외국인투자법제, 노동자의 권리, 기술의 지원과 보호, 세제와 관세, 출입국과 비자, 주거와 주택, 의료보험, 외국인학교, 종교적 배려, 문화적 공간 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람과 기술 그리고 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는 기준과 패턴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경제자유구역은 법률 속에만 존재한다. 제도적 장치와 그를 보장하는 법률이 없다면 해외자본과 기술 그리고 기업들은 이미 그것들이 보장된 국가나 검증된 경제자유구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게일사와 포스코건설의 갈등 그리고 최근 게일사 주식의 홍콩 매각 논란 등을 보면서 생각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준비를 하고 있는가. 중국에 또 추월당하는 것은 아닐까. 낙관보다 우려가 앞선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