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사의 과실범위를 확대하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인천지법 제 5민사부(재판장·이경민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김모(38·안양시 동안구)씨 등 가족 3명이 H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H병원은 원고 등에게 모두 1천6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일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가 김씨의 부인인 이모씨(2001년 사망)에게 유방암 확진을 위한 검사방법을 설명하고 진료기록부의 유방에 관한 병력·증상에 근거해 조직검사 및 추적검사를 권유하는 등의 설명의무를 이행치 않아 이씨로 하여금 유방암 진단의 기회를 상실케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의사의 과실범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I 병원 의사 김모(34)피고인에 대해 “환자생명을 보호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점이 인정된다”며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개인적인 회식을 이유로 외출하는 등 수술후 오랜시간 의식회복을 못하고 있는 환자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점, 뇌질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못하고 수면상태로 잘못판단함으로써 뇌출혈에 의한 폐정지로 사망케 한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피고인은 I 병원 일반외과 의사로 근무하던 지난 99년 10월9일께 급성충수염 수술을 받고 회복중이던 김모(10)군의 진료를 담당하면서 김군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 조치하지 못해 뇌출혈에 의한 폐정지로 사망케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이와함께 재판부는 최근 I병원과 K병원에 대해서도 의사과실 등을 물어 피해자들에게 수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추세는 의료분쟁사고가 발생했을때 이를 조정하는 기구가 사실상 전무하고, 의료기관 및 의사의 과실 등으로 억울한 피해를 입은 환자나 그 가족이 불가피하게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데다 최근 법원이 의사의 과실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병원들은 의료사고 전담 고문변호사를 지정,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들어 의료소송이 급증하고 있다”며 “고소 및 손배소송 진료과목별로는 산부인과, 내과, 정형외과, 일반외과 순으로 나타나고 있어 지난해에는 전담재판부까지 신설,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