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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경제부 차장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가까이 됐다.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벌써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먹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을 필두로 조금씩 나오던 급매물이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고강도 금융제재를 시작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달 중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자금 압박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급매물이 오를 때로 오른 집값에 반영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한 듯하다. 동탄2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시세보다 4천만원이나 낮게 급매물이 나왔지만 시세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에 올라와 있는 동일 규모의 아파트 매매가격 시세는 부동산대책 이전이나 이후에 좀처럼 변화가 없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간혹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매도자가 급매물을 내놓기는 하지만 주변 시세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시세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동참할 때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매물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대책이 기존 물량이 아닌 신규 물량에 집중되다 보니 매도자들이 눈치싸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존 매도자들은 종부세가 아무리 인상되더라도 집값 상승으로 충분히 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시장이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2주택 이상 보유세대의 경우 규제지역 내 주택매입 시 대출을 불가능하도록 하고,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실거주 목적 외에 대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자금 대출로 재미를 보던 부동산 투자자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한마디로 돈이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고 무언의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집값을 움직이는 대상은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거대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시장이다. 이왕 정부가 채찍을 들어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다면 부동산 하락을 부추길 당근도 함께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찬 경제부 차장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