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진위여부 무관 마구잡이 확산
왜곡된 인식 심어줄 수 있어 심각
많은 사람들 속아 피해 규모 커
팩트 불분명땐 사실인지 확인 필요
정보홍수속 견디려면 식별력 키워야


수요광장 김정순2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미국에서 살고 있는 막내 동생에게서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랫동안 지병을 달고 사는 터라 혹시 건강이 더 나빠진 건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해 초조했다. 이런 내 맘과는 달리 동생은 느릿한 말투로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문재인 대통령 잘 계시지? ○○라는데? 설마 아니지?"라며 우리 가족의 안부가 아닌, 생뚱맞게도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다.

아니, 대통령의 측근도 아닌 내게 왜 대통령의 안부를 묻는 것인지 참으로 이상했다. 역시나 어디서 대통령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듣고 본인도 반신반의하면서 확인차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처럼 어디서나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의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속아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하게 되니 그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어 사회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가짜뉴스는 작성자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다르게 고의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취재원의 잘못된 정보나 오타 등으로 유발되는 '오보'와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나서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겠는가. 이낙연 총리는 "유튜브와 SNS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면서 "사생활과 민감한 정책현안을 비롯해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된 가짜뉴스까지 나도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엊그제는 정부가 가짜 뉴스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가짜뉴스는 실제 그 내용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접하다 보면 각인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비문서적 형식의 가짜뉴스는 '팩트 체크'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기도 어렵다.

가짜뉴스 근절에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짜뉴스를 이용자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대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외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해 가짜뉴스로 여간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대선에서 당선이 좌지우지될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인 가짜뉴스의 위력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국민들의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짜뉴스 때문에 진짜뉴스도 못 믿겠다'는 응답자들이 많아 가짜뉴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워 준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2%는 '가짜뉴스를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확장되는 현상과는 상반되는 흥미로운 결과여서 눈길을 끈다.

가짜뉴스가 확산되며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믿으려는 속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성향과 맞는 정보를 보면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의 가짜뉴스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 눈길은 끈다. 한마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떠도는 정보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정도로 구체성을 띠고 기사 요건까지 갖추고 있어 식별이 어렵다는 것이다.

출처와 팩트가 불분명한 경우 일단 의심을 하고 추가 검색을 통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해외언론을 인용한 기사인 경우 실제로 존재하는 언론인지, 그 언론이 실제 보도했는지 확인하고 일방적 주장이 실리고 논리가 빈약한 경우는 가짜뉴스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견뎌 내려면 참인지 거짓인지 식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비판적 사고가 절실해 보인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미디어를 정확히 알고 미디어에 대응하는 국민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