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구청들의 금고은행 선정 과정에 유례없는 은행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일부 구청에선 지원 은행이 적어 공고를 다시 내는 일이 벌어졌다.

은행들의 구금고 유치 과정에서도 구청 예산 규모 등에 따라 온도 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천 중구청은 최근 금고 지정을 위한 재공고를 냈다고 9일 밝혔다. 중구청은 지난 5일까지 금고 지정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했다. 그런데 신한은행만 접수해 관련 규정상 재공고를 내게 됐다.

관련 규정은 2개 이상의 은행이 참여해야 관련 심사위원회 개최 등 구금고 지정을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구청처럼 1개 은행만 참여할 경우 재공고를 통해 다시 한 번 접수 절차를 밟게 된다.

올해 구금고 지정 제안서를 접수한 인천지역 구청 가운데 재공고를 낸 건 중구청이 처음이다. 이미 구금고 선정을 마친 서구의 경우 하나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 총 3개 은행이 경쟁했다.

미추홀구, 남동구, 부평구, 계양구, 연수구는 각각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 2개 은행이 제안서를 냈다.

중구청이 재공고까지 내게 된 건, 은행들이 구금고 유치에 나서기 전 해당 구청의 예산과 인구 등을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구청의 연간 예산은 3천500억원, 인구는 12만명이다.

앞서 제안서 접수를 마무리한 구청 가운데 예산과 인구가 중구청보다 적은 곳은 없다. 3개 은행이 경쟁한 서구의 경우 예산은 7천500억원, 인구는 50만명이 넘는다.

중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익을 내야 할 은행 입장에선 해당 구의 예산 규모나 새로운 고객이 될 수 있는 인구 등을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제안서 접수 마감을 앞둔 동구청은 긴장한 모습이다. 동구청의 예산과 인구는 각각 2천700억원, 6만7천명으로 중구청보다 적다.

동구청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구금고에) 관심을 나타내긴 했지만, 접수 마지막 날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청과 동구청의 제안서 접수 마감일은 이달 16일이다.

한편 미추홀구 등 제안서 접수를 마친 5개 구청은 조만간 구금고 선정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신한은행(현 금고은행)에 도전장을 던진 국민은행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