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신양로원 김근묵 원장이 30일낮 부인과 함께 어르신들을 모시고 양로원 뒤뜰 봄햇살 가득한 마당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효도할 부모님이 많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성신양로원 원장 김근묵(54)씨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힘든 일을 당연한 일처럼 하고 산다. 그런데도 자신을 그저 평범한 촌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모시는 어른이 많은 대가족의 가장일뿐,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화성시 정남면 오일리 성신양로원. 넓은 황토 마당에 야트막한 단층집인 이곳이 김 원장 내외와 할머니 11명이 소박한 가정을 꾸려가는 보금자리다.

   이 양로원에는 자원봉사자 2명이 김 원장 내외를 도와줄 뿐 급여를 주는 인력은 없다. 정부나 행정기관의 도움을 단 한푼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봉사'라는 말에 질색을 한다.

   “그냥 좋아서, 행복해서 하는 일인데 봉사라니 가당치 않다”는 게 그의 변이다.

   그런 그에게도 그늘이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다녔던 그는 오랫동안 생각해온 양로원을 짓기위해 지난 2000년 퇴직금 1억4천만원과 전세 돈까지 모두 쏟아부었다. 한 분이라도 더 모시겠다는 욕심에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고 빚을 내 충당했다. 이제는 이자까지 쌓인 빚이 1억원을 훌쩍 넘었다.

   그런데도 할머니들 앞에서는 내내 웃는 모습뿐이다. 오히려 “이것도 사업이니 투자해야죠. 사람사업 말입니다”라며 별 걱정 아니라는 투다.

   볕이 한결 따스해진 요즘, 그는 할머니들과 함께 자주 산책을 한다. 할머니들과 양지바른 풀밭에 앉아 정담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천진했던 어린시절로 돌아가곤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복지사업뿐 아니라 남을 위해 자신의 몸까지 기꺼이 내놓은 사람이다. 남들은 한 번도 어려운 장기이식을 두번이나 했다.

   1995년에는 얼굴도 모르는 환자에게 신장 한쪽을 떼어줬고, 지난 2월에는 또 다른 사람에게 간의 일부도 흔쾌하게 잘라 줬다.

   간이식 수술 뒤 “간은 이식한뒤에도 다시 자란다는데 또 이식해도 됩니까”라고 물어 담당의사가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김 원장은 양로원을 조금 더 넓혀서 더 많은 어른들을 모시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다.

   올해는 단층을 2층으로 만들어 아홉분의 할머니를 더 모셔오기로 작정했다. 아직 재원마련도 안된 상태지만 그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며 자신했다.

   그리고는 “세상에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더 많다”면서 돌아서는 취재진을 환한 미소로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