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 '욕망'
현대는 뒤틀린·분열된 욕망에 허덕
생각없는 좀비 아닌 삶·존재·공감,
그들 아닌 나의 욕망을 길어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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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욕망한다. 욕망은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다. 욕망하는 본성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욕망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이며 인간 이상의 것도, 그 이하의 것도 아니다. 욕망의 선악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문제는 다만 어떤 욕망인가에 달려있다. 우리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뒤틀린 욕망이나 분열된 욕망은 우리를 뒤틀리게 한다. 충족되지 않은 욕망은 우리를 결핍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한다. 과도한 욕망은 우리를 과도하게 만든다. 그러니 욕망하라, 다만 올바르게 욕망하라. 이것은 인간 본연의 일이다.

철학자들은 이 욕망을 수많은 다른 말로 표현했다. 욕망이란 말이 추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여하튼 존재를 드높이려는 욕망, 이성의 욕망, 감춰진 욕망으로 욕망을 대신 말했다. 그런데 근대 이후의 문화는 보다 직접적으로 욕망을 말한다. 니체는 힘에의 의지를 말했다. 그 의지가 없으면 인간은 죽은 존재가 된다. 고대와 현대에는 다만 욕망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욕망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금 뒤틀리지 않은 욕망, 분열되지 않은 욕망을 말해야 한다. 생각 없는 욕망은 인간을 좀비로 만든다. 살아있으되 살아있지 않은 자, 그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허덕이는 자이다. 뒤틀린 욕망은 뒤틀린 영혼을 만든다. 권력과 자본에, 명예와 탐욕에, 지배와 폭력의 욕망을 부나비처럼 쫓는 자들이다.

다른 이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다른 존재를 나라고 생각하는 분열된 자들이다. 현대 문화는 뒤틀린 욕망과 착각하는 욕망,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허덕이게 만든다. 다시금 욕망을 욕망해야 한다. 나의 욕망을, 생명의 욕망을, 존재의 욕망을 욕망해야 한다. 힘에의 의지는 생명의 힘일 수도, 죽음의 힘일 수도 있다. 그것이 파멸의 욕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인간다움에 달린 일일 것이다.

남북 관계가 죽음의 욕망이 아닌 생명과 평화의 욕망으로 돌아서는 것은 이 시대의 힘일지도 모른다. 이것을 막는 자는 누구인가? 그는 죽음의 욕망을 뒤쫓는 좀비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 땅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욕망에 속지 않는다. 그런데 다시금 물어보자. 우리는 어떤 욕망을 욕망하고 있는가.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허덕일 때 우리 존재는 끊임없는 갈증과 죽음을 향해 걸어갈지도 모른다. 욕망을 채우려 하나 그 깊은 심연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욕망을 채우는 길은 욕망을 길어 올리는 데 있다. 그 길은 그들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욕망을, 죽음의 욕망이 아니라 삶의 욕망을, 소유와 지배의 욕망이 아니라 존재와 공감의 욕망을 욕망하는 데 있다. 내 존재의 심연에 가득 찬 욕망을 비우려 할 때 그 욕망은 길어 올려진다. 이 비움을 잘못 이해할 때 이 욕망은 헛된 금욕으로, 위선의 언어로, 분열된 욕망으로 나아가게 된다.

현대 문화는 뒤틀린 욕망, 분열된 욕망에 허덕이고 있다. 엄청난 경제성장에도 여전히 가난한 까닭은, 눈부신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지 않은 것은, 나의 삶에도 불구하고 너의 삶이 더 욕망스러운 것은 뒤틀린 욕망, 분열된 욕망 때문이다. 욕망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 이 분열된 자아는 욕망을 분열시킨다. 그럴 때 마침내 나 자신도 분열된다. 삶을 말하면서 죽임의 욕망을 따르는 자, 존재를 말하면서 소유의 욕망을 감추는 자, 자신의 이념을 열변하면서 다른 욕망을 속이는 자, 그들은 자신의 삶을 죽음으로 향하게 한다. 그래서 언제나 쫓기고 결핍되고, 충혈된 삶으로 자신을 분열시킨다. 분열된 욕망에 고개 숙인 문화가 마침내 지금 우리에게 벌거벗은 욕망을 말하게 한다. 그들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채워질 수 없는 욕망으로 길어 올려야 할 욕망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가. 다른 욕망을 욕망하자. 그들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욕망을 욕망하자. 그 욕망은 타인의 삶과 함께 하는 욕망이며, 살려가는 욕망이다. 욕망 속에서 생명과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과 그 삶을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길어 올릴 수 있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