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화
황선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요즘 쌀값이 엄청나게 오르는 게 다 북한에 가져다줘서 그렇잖아"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 며칠 전 친정어머니가 다니는 절을 함께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불공드리기 전, 대웅전에 앉아 사는 얘기를 하던 노년의 아주머니들이 서로 맞장구를 치며 그런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불공이 시작되어 참견할 수 없었으나 만연한 거짓뉴스와 쌀값에 대한 오해에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올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10월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에 4만8천693원이다. 20년전 450원 하던 라면 1봉지가 지금은 2배 가격인 900원 즈음에 팔리고 있고, 대중교통 요금도 600원에서 1천300으로 2배 이상 상승하였다. 소주 2배, 담배는 4배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을 보면 2000년에 4만2천원(20㎏) 남짓하던 쌀값에 대하여는 폭등은 고사하고 올랐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쌀 20㎏ 한 포는 밥 200그릇에 해당하여 웬만한 4인 가족이 두 달가량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쌀값이 프랜차이즈 통닭 2.5마리 값과 같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과연 비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오미자를 생산하는 젊은 농부의 웃음 섞인 한탄을 들었다. 한 잔에 5천원이 넘는 글로벌 체인의 커피 컵을 두 손에 든 분이 직거래 장터에서 한 봉지 9천원짜리 건오미자 가격을 2천원 더 깎아 달라고 떼를 쓰더라며, 어렵다고 하니 시골 인심이 사납다고 하더라는 얘기였다. 2ℓ짜리 7병 이상 우려먹을 수 있는 양인 그 건오미자는 올해 유난히 뜨거운 날씨 탓에 작황이 나빠서 젊은 부부가 상품성 있는 것만 밤새 일일이 골라낸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가 서비스 요금이나 공산품에 비해 우리 농산물에 지나치게 가혹한 가격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이다. 일미칠근(一米七斤), 쌀 한 톨 생산을 위해 농민들은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는 말이 있다. 도시 소비자들도 농작물이라는 것이 땅에서 거저 자라는 것이 아닌 농민의 피와 땀의 결정이고 농업인의 생활을 책임지는 상품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농촌경제연구소에서는 올해도 8만t 내외의 쌀 공급 과잉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의 쌀값과 관련된 이상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쌀값이 폭락했던 2017년도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초과공급이 예상되는 수량만큼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등 쌀값을 지지해 주길 기대해 본다.

/황선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