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 불구 바다 등져
다행히 '해양친수공간' 조성 노력 바람직
남북교류·동북아 경제·문화 중심지 기대
인천을 제외한 다른 광역시들은 각자 구역의 대표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지역의 행정·문화·경제의 중심지인 것이다. 그런데 인천은 어떤가. 말만 광역시지 서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성도시 정도로 여겨지지 않는가. 심지어 지난 지방선거 때는 '이부망천'이라는 망언까지 듣기도 했다. 서울 눈치를 보느라 서울에서 발생한 쓰레기도 인천 땅에 묻고 있으면서도 매립지 연장 여부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인천시가 바다를 등지는 행정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바다를 놔두고 오로지 서울만 바라보며 살아온 것이다. 인천에는 동북아 허브공항이자 세계적인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있으며, 서해안 최대의 인천항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인천을 그냥 거쳐 가기만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인천을 관문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억울하게도 인천은 그동안 균형발전논리와 수도권 과밀화 억제라는 명분으로 역차별을 받아왔다. 지난 9월에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의결된 국제자유 특구 제도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개정안에서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제외됐다. 송도경제자유구역만이라도 규제 프리존에 포함되길 기대했지만, 이 역시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송도국제도시가 세계의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상황만 보는 내륙중심적인 사고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인천의 경쟁상대가 국내 타 도시가 아니라 세계의 도시임을 알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도 이 와중에 다행인 점은 인천시가 서울 의존을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해안 철책을 걷어내고 친수공간으로 조성해 인천 해안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인천공항, 영종도, 송도국제도시 등 6곳의 거점을 잇는 세계적 해양관광벨트를 구축할 예정으로 해양친수공간 조성을 위한 조직도 신설했다. 계획대로 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바다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여기에 첨언하자면 인천내항으로 인천시청을 이전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인천의 정체성과 함께 원도심도 살릴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인천항만공사 초대감사로 재직하던 시절 평양에 가서 북한 남포시와 교류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아쉽게도 남북관계의 악화로 그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다행히 최근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남북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맞춰 문화·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교류가 이뤄질 예정이다.
연수구도 이에 발맞춰 남북교류협력 거버넌스 기반을 마련하고 교류 사업을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8일 연수구와 인천항만공사가 맺은 지역발전 업무협약이 그 소중한 첫발걸음이 될 것이다. 남포를 거쳐 평양을 관광하고 중국 톈진과 상하이를 지나 일본 후쿠오카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동아시아 크루즈의 기점이 우리 인천 연수구가 되는 상상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아가 동북아 경제·문화·평화의 중심지로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날 인천을 그려본다.
그 옛날 백제인들은 인천에서 중국으로 사신을 보내 선진문물을 수입해 나라를 발전시켰다. 그 사신단이 떠나던 곳이 바로 우리 연수구의 능허대다. 얼마 전 개최된 '제9회 연수 능허대문화축제'도 백제인의 도전정신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행사다. 우리는 백제의 후손이다. 바다를 등지는 내륙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던 백제인의 정신을 다시 살린다면 세계 속의 연수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