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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야구는 종종 농사와 비유된다. 이듬해 농사를 위해 겨우내 준비하는 농부처럼 야구도 정규시즌 전 스프링 캠프에서 꼼꼼한 준비를 한다. 가뭄, 장마, 폭염을 거쳐 마침내 가을 수확에서 한해 농사가 결판나듯, 야구도 정규시즌이 끝나고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에 따라 1년 농사 성패가 좌우된다. 이처럼 144게임을 치러야 하는 프로 야구만큼 계절을 타는 스포츠도 없다.

프로야구의 정규시즌이 마감됐다. 한해 농사가 끝난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끝난 게 아니다. 포스트 시즌이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 시즌은 깊은 가을이 왔음을 의미한다. 야구의 종주국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최종 우승을 가리는 월드시리즈를 '가을의 고전(Fall Classic)' 또는 '10월의 고전(October Classic)'이라고 부른다. 무르익은 가을, 10월(October)에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10월을 빗댄 조어도 많다. 가령 플레이오프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타자를 Mr October라 부른다. 2007년 와일드카드로 거침없는 7연승을 달리며 돌풍을 일으켰던 현재 오승환 소속팀 콜로라도 로키스는 Rocktober(Rockies+October)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한국 프로야구는 10개 팀 중 상위 5개 팀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 팬들은 정규시즌 내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달라는 절실한 바람을 하나의 문구에 함축시켰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지난여름에도 구장마다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던 이 말. '가을에도 야구하자'가 그것이다. 8자에 불과하지만 응원하는 팀이 뛰는 경기를 한 게임이라도 더 보고 싶은 팬들의 간절함이 함축되어 있다. 이후 '가을 야구'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2018년 가을 야구는 두산 SK 한화 넥센 기아 5팀만 초청받았다. 로맥과 한동민으로 대표되는 명실상부한 '홈런 군단'이자 '두산의 대항마' 인천 SK 와이번즈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해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덕분에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김광현을 가을 야구에서 볼 수 있어 팬들은 벌써 흥분된다. 한화는 11년 만에 가을 야구 초청장을 받았다. 이처럼 가을 야구에는 진출한 팀마다 각각 온갖 사연이 차고 넘친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팬들의 발걸음이 이 깊은 가을,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