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마다 형태와 방식 다르지만
비영리조직 공급 주거안정 버팀목
생애주기 맞춰 필요한 공간 선택
과다한 영리목적 시장형성 안돼
집·부동산 이용 사적이익 불가능

수요광장 김수동2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9월 선진국의 도시재생과 사회주택 현장을 보기 위해 네덜란드(암스테르담, 로테르담)와 독일(베를린)로 연수를 다녀왔다. 마침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와 부동산은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사적소유를 압박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하여 주택을 소유권 기준으로 분류해 보면 자가소유 아니면 민간임대와 공공임대로 구분된다. 공공임대의 절대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하여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없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집은 상품화되고 계급화 되면서 차별과 배제의 공간이 되었다. 집으로 인하여 공동체는 철저히 파괴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협동조합주택 등이다. 이들은 제도와 정책의 분류기준에 의해 구분되어지지만 쉽게 설명하면, 사회주택은 주거약자를 위해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민간임대 주택, 공동체주택은 관계를 기반으로 주거와 삶의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주택, 협동조합 주택은 주택의 소유권이 개인이 아닌 협동조합 법인에 있는 주택을 의미한다.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협동조합주택의 공통점은 사적 소유를 넘어 협력적 관계를 통해 주거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택이다.

그런 의미에서 네덜란드의 사회주택(social housing)은 개인의 사적소유 대상이 아닌 '시민이 주인인 집'이다. 네덜란드의 임차 비율은 41%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임차가구의 78%가 '사회주택'에 거주한다. 사회주택이 전체 주택의 35%를 차지하고 순수 민간임대는 9%에 불과하다. 게다가 임대료는 상한이 있고, 상승률도 규제받는다. 가구의 약 30%는 평균 임대료의 40%에 해당하는 주거비 보조까지 받는다. 네덜란드 사회주택의 90%가량을 '주택협회'가 공급한다. 1901년 주택법에 근거해 설립된 주택협회는 비영리 단체로, 민간조직이지만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갖는다. 네덜란드 외에 많은 유럽 국가들이 오래전부터 사회주택을 공급해왔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영국 등도 사회주택이 20%에 육박한다. 국가마다 형태와 방식은 다르지만 주택협회, 주택협동조합 등 비영리 조직이 공급하는 사회주택이 국민 주거안정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로테르담의 슈타트보넨 학생주택협회의 운영방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입주자의 선정, 관리, 운영 모든 면에 있어서 주민의 참여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자치 운영을 통해 입주자들의 관계가 증진되고 입주 만족도가 높아지고 운영비도 절감된다.

베를린의 1892 주거협동조합은 다수의 주택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수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힘으로 시민들에게 좋은 품질의 지속가능한 주택을 공급함은 물론 일상생활 지원을 위한 다양한 주거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집과 부동산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기 힘든 사회구조이며, 사회주택이 주택수요의 상당한 부분을 감당하기 때문에 보통의 대다수 시민들은 생애주기에 맞춰 자신에게 필요한 집을 선택하여 살 수 있다. 당연히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지 않으며, 과다한 영리목적의 민간임대 시장 형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사회주택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단순한 임대주택이 아니다. 차별과 배제의 공간이 아닌 시민 모두가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시민 '모두의 집'인 것이다.

"빚내서 집사라!"가 유일한 주거 대안인 사회에서 도시계획이든 주택정책이든 사람은 안 보이고 모든 것이 집값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내 집을 소유하지 못하는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은 2~3년 주기로 더 작은 집, 더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도시난민의 삶을 살고 있다. 우리의 도시 마을이 집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집' 때문에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우리도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도시와 주택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나의 집, 너의 집을 넘어 시민 '모두의 집'이 필요하다.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