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안전 위한다며 올해 도입 후
근로계약 체결 대신 '실습지원비'
전체 78% '월 100만원 이하' 급여
특성화고 10만명 중 1천명만 참여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이후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도입되면서 직업계고 학생들이 '열정 페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학습중심 현장실습제도가 도입된 올해 현장실습에 참여한 2천561명 가운데 78.6%(2천13명)는 월 100만원 이하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지난해 각각 전체 학생의 68.5%(4만4천141명), 70.2%(3만3천320명)는 120만~160만원의 급여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제도 도입 전에는 근로계약 체결을 통해 최저 임금을 보장받았지만, 현재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의한 실습지원비를 받게 되면서 이 같은 급여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장실습생 수도 크게 줄고 있다.

올해 현장실습에 참여한 특성화고 학생(9월 기준)은 전체 학생 10만1천190명 가운데 1%인 1천4명에 불과했다. 지난해(4만7천461명)와 비교하면 97.89%가량 줄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전체 학생 2만57명 중 102명(0.5%), 인천은 6천774명 중 70명(1%)만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김현아(비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장실습생의 안전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학습중심 현장 실습제도가 학생들의 취업을 방해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안전과 취업지원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학습중심 현장실습 제도'를 가장 반기지 않고 있는 이는 당사자인 학생이다.

실제 수원시에 있는 특성화고에 다니는 3학년생 A군은 올해 10여개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모든 기업은 주 5일, 하루 7시간 근무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급여는 터무니없이 적은 70만~100만원을 제시했다. 결국 A군은 예상보다 적은 급여에 현장실습을 포기했다.

고양시 소재 한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는 2학년생 B양은 '올해부터 제도가 변경돼 3학년이 돼도 현장실습을 나가기 어렵다'는 선배의 조언에 일찌감치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교기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B양은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여해 영상 장비와 조명 등을 설치하고 이를 조작하는 일을 했다. 하루에 적게는 4시간에서 많게는 7시간씩 20일 가량을 일했는데, B양이 받는 돈은 30여만원에 불과했다.

B양은 "경험을 쌓기 위해 한 것이지만 너무나 적은 돈에 내 노동의 값어치가 이렇게 싼 것인가 하는 불만이 생겼다"며 "우리들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안전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