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세율로 부과하더라도
'소득재분배 효과' 크다는 장점
세금 가격기능 잘 작동되기 위해선
누진세율보다 비례세 적용 바람직
시장 왜곡과 관련해서 토지보유세는 여타 세금과 다른 속성이 있다. 매립을 통해 공급을 늘릴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토지는 공급이 고정적이기 때문에 보유에 대해 세금을 물리더라도 회피할 방법이 없고 토지 공급이 줄지도 않는다. 보유세 인상 부담이 임차인에 전가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근거가 약하다. 공급이 고정적인 상품에 매겨지는 세금은 전가가 어렵다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이다. 소득 격차보다 자산 격차가 큰 것이 우리 현실이다. 토지는 소유가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세율로 부과해도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장점이 있다. 토지보유세는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있으므로 다른 세금보다 우월하다. 토지보유세는 지방세로도 최적의 세금이다.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관련 세금인데 부동산은 위치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세금을 피해 이동시킬 수 없다. 지방세의 가격기능, 즉 주민이 지자체의 공공서비스를 위해 제값을 지불하는 대가로 아주 적절하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에서 재산세는 지방세의 근간을 이룬다.
부동산 거래세는 줄이고 보유세는 늘리되 보유세는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서 토지에 많이 매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재정학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적인 주장이다. 건물에 대한 중과세는 건축 내지는 개발을 위축시키므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보유세가 아닌 토지보유세가 강조된다. 세율도 누진세율보다 비례세율이 바람직하다. 비례세로 해야 세금의 가격기능이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토지 소유의 불균등 때문에 비례세로 해도 실효세율이 높으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래세율이 매우 높고 보유세는 실효세율이 아주 낮으며 누진체계로 되어 있다. 거래세는 보유세보다 조세저항이 덜하기 때문에 비중이 크다.
부동산 세제가 누진적인 이유는 그것이 형평성이라는 규범적 목표 또는 정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효세율이 워낙 낮다 보니 보기와 달리 소득재분배 효과가 약하다. 누진적인 보유세는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억제한다. 고가 부동산이 대도시와 수도권에 몰려 있으므로 세원의 크기가 같아도 대도시와 수도권에서 세금이 더 걷힌다. 예를 들면 5억원 주택 3채보다 15억원 주택에서 세금을 더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진세 체계에서 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수도권에 편중된다. 중앙부처는 이를 핑계로 지방세를 올리면 세수의 지역격차가 확대되므로 정부가 국세로 걷어서 교부세나 보조금으로 나눠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므로 정부부처에서 마지못해 지방세 비중확대에 나서기로 했지만 본심이 다르므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정부가 재원 배분을 좌우하므로 지방자치가 자리 잡기 힘들고 지자체는 재원 확보를 위해 정부에 매달린다. 토지보유세를 비례세로 하고 실효세율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올리면 지역 간 세수 격차 완화에 도움이 된다. 격차가 완화되지만 수도권도 평균 실효세율이 올라가서 세수가 늘게 된다. 정부가 국세 비중을 높게 유지할 명분이 약해지므로 결과적으로 지방재정 자율성에 도움이 된다. 정답이 눈앞에 있어도 조세저항에 대한 우려, 어설픈 형평성 추구, 정부부처의 권한 집착 때문에 실행이 되지 않고 있다.
/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