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연천의 경우 '세트장 없이 1970~1980년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 675.22㎢에 달하는 도내 5위 규모의 넓은 면적을 가진 지역이지만, 군사규제와 수도권 규제 등에 묶여 개발은 요원했다. 남북 단절의 공간으로 방치돼 온 결과의 대표 사례다. 이 때문에 경기북부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은 한결같이 발전방안을 모색하자고 요구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이 가운데 경기북부지역의 더 나은 미래를 밝힐 수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 들어 잇따른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 분위기가 확산한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접경지역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접경지역 발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국회에선 접경지역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포럼 등은 있었지만, 당 차원의 기구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북부 주민들로선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분과위원회에 경기북부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위원장은 윤후덕(파주갑) 의원이 맡았고, 위원에는 정성호(양주)·김두관(김포갑)·정재호(고양을)·박정(파주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역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함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긁어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조만간 중점사업 선정에 나선다. 중점사업에는 우선 동서평화고속화도로(인천∼경기~강원 9개 시·군, 총연장 211㎞) 건설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도로 건설은 경기북부 단체장들이 수년전부터 당위성을 주장해 온 사업이다. 이는 접경지역 동서간 취약한 도로 인프라를 개선하고 접경지역의 성장 동력 및 통일에 대비한 접근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 숙원사업인 통일경제특구 조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의축(파주~고양)과 경원축(연천~양주) 중심의 발전이 기대된다.
주민들은 이외에도 미군반환공여지 개발,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경원선 복원 등 전략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중요한 점은 희생에 따른 보상으로 '찔끔 던져 주는 식'은 곤란하다. 칼을 빼든 만큼 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접경지역 발전 방안을 발굴하고, 현실화해 나갈 때 주민들은 비로소 진정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연태 정치부(서울본부)차장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