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70100128110006067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한 방송에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한때 저의 힘이었는데 지금은 족쇄"라며 "후회스럽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의 지난 대선 당내경선 토론 과정을 회고하며 "싸가지가 없었다"고 자책했다. 지난달 초 "페이스북은 저의 가장 큰 방패이자 무기"라던 입장과 사뭇 다르다. 당시 그는 5천명의 '페친'을 향해 악성 조작 왜곡글에 반박 댓글이라도 써주는 '실천하는 동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페이스북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지사의 핵심 홍보수단이었고, 충성스러운 팔로어들은 그의 표현대로 정적들로부터 그를 보호하는 방패이자 무기였다. 하지만 현재 그를 곤경에 빠트린 진앙 또한 페이스북이다. 김부선씨와는 '가짜 총각'과 '대마 발언'이 증폭돼 자진 신체검증에 이르렀다. '형님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혜경궁 김씨' 논란은 경찰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선 경선과정은 친문세력과의 반목으로 이어졌다. 페이스북에 이 모든 논란의 기원이 기록돼 있다. 해명과 부인과 규명은 가능할지라도 '사실'만큼은 지울 수 없다. 누군가 필요할 때마다 재생하고 의도적인 재해석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SNS의 이중성은 너무 극단적이다. 강남스타일을 세계에 퍼트려 싸이를 국내파에서 국제파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구하라는 리벤지 포르노가 SNS에 퍼질까봐 무릎까지 꿇어야 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과거 트위터에서 강조했던 권력의 정당성과 상충되는 외유성 출장이 드러나 정치역정에 오점을 남겼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부인을 잃은 애통한 심정을 게시해 폭풍 공감을 받았다. 잘 쓰면 축복이고, 아니면 지옥문이 열린다.

SNS는 'CIA가 꿈에 그리던 일'이라는 풍자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거주지와 종교적 정치적 견해, 순서대로 정리한 친구 목록,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자신이 찍힌 수백 장의 사진, 현재하고 있는 활동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서란다. 더 이상 풍자가 아니다. 모골이 송연한 경고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SNS가 족쇄가 됐다'는 이 지사의 후회를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