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의심 경찰 신고자
피해 운전자와 고의 사고 덜미
警, 사전 공모 3명 불구속 입건
"음주 뺑소니 차량 추격 중입니다!"
택시기사 A(32) 씨는 지난 8월 3일 오전 4시3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후문 인근 도로에서 B(34)씨의 검정색 모닝 차량을 자신의 택시로 쫓으며 112로 신고했다.
B씨가 C(37)씨의 흰색 소나타와 충돌한 뒤 도주했는데, 음주 뺑소니가 의심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음주 운전자 B씨는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신고 15분 뒤 검거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연히 사고 현장을 발견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B씨의 차를 세우게 한 뒤 경찰이 올 때까지 붙잡아뒀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8%,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음주 운전을 한 B씨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서 음주 뺑소니 사건 수사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우선 A씨와 C씨의 진술이 차량 블랙박스, 인근 CCTV 영상과 달랐다. 뺑소니 피해자 C씨는 "도로에 주차된 차량을 피하려다 모닝 차량과 충돌했다"고 했는데, 사고 당시 주변 길가에는 주차된 차량이 없었다. A씨가 경찰 신고에서 B씨를 '음주 운전자'로 단정한 것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택시기사 A씨와 소나타 운전자 C씨 등은 동네 선후배 사이로 유흥가 주변에서 술집이 문을 닫는 새벽 시간에 술에 취해 운전하는 차량을 물색해 고의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보험회사에서 받게 될 합의금과 병원 치료비(450만원)를 나눠갖기로 하고 사전에 범행을 공모했다. 주범인 소나타 운전자는 보험사기 전과로 지난 7월에 출소한 뒤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
인천미추홀경찰서는 음주운전 차량을 골라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치료비 등을 가로챈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A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술을 마시고 운전한 B씨도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을 해선 안되고, 보험 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