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걸려 수난 사체 해변에 방치
年 1천마리 폐사 6년새 64% 급감
지자체, 서식지 실태 파악 뒷짐만
"바다환경 보호대책 시급" 목소리
국제적 멸종위기 돌고래인 '상괭이'가 최근 인천 앞바다에서 잇따라 죽은 채 발견되고 있다.
과거 인천 앞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상괭이가 수년 사이 급감하고 있지만, 지역 차원에서는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20일 찾은 인천 옹진군 굴업도의 한 해변에는 몸길이 약 1m의 어린 상괭이 사체가 폐어망 옆에 방치돼 있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몸에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았고, 본래 맑은 회색인 몸 색깔은 검게 변했다.
상괭이는 특유의 귀여운 외양으로 '웃는 고래'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굴업도 해변에서 발견된 사체는 흉물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날 해변에서는 바싹 마르거나 불에 탄 꼬리 등 또 다른 상괭이 사체의 일부를 여러 점 찾을 수 있었다.
조업 중인 어선의 그물에 걸려 죽은 것을 어민이 해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섬 주민들의 설명이다.
해양수산부가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한 상괭이는 관련 법상 어업활동에서 불가피하게 잡혔을 경우 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어민들이 신고를 꺼리는 실정이다.
법적으로 포획·사냥·유통·판매도 금지돼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에 보호종으로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올해 8월에는 소이작도 벌안해수욕장 해상에서 상괭이 사체가 발견돼 해경이 수습했고, 지난해 9월에도 영종도의 한 갯벌체험장에서 그물에 걸린 상괭이 3마리를 시민들이 구출한 일도 있었다.
이처럼 상괭이가 수난을 당하는 주요 원인은 어업활동에 쓰이는 안강망이다. 포유류인 상괭이가 조류의 힘을 이용해 자루 모양의 그물로 어류가 밀려들어 가는 안강망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면 질식사하게 된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서해안에 서식하는 상괭이는 2005년 3만6천마리에서 2011년 1만3천마리로 64%가량 급감했다. 이후 개체 수 추정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더욱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폐사하는 상괭이가 매년 1천마리 이상이라고 고래연구센터는 보고 있다.
상괭이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1814년에 쓴 해양생물 백과사전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등장할 정도로 예로부터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토종 돌고래다.
몸길이는 최대 2m까지 자란다. 현재까지도 인천 앞바다에 상당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천에서는 상괭이가 어느 해역에 얼마나 서식하는지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는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에 대해서만 예산을 투입해 자체적인 보호활동을 하고 있고, 백령도 점박이 물범은 해수부 차원에서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경남 고성군의 경우, 2011년부터 인근 해역에서 상괭이 20마리가 관찰되자 지난달 해수부에 정밀조사를 의뢰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 앞바다에서 서식하는 보호대상 해양생물을 별도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상괭이를 연구해온 고래연구센터 박겸준 박사는 "무분별한 안강망 어업이나 해양 쓰레기가 상괭이를 해치는 가장 큰 이유"라며 "상괭이가 서식할 수 있는 바다환경을 만드는 보호 대책을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