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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연합뉴스

가방 상차 요청 "업무 아니다" 거절

머리때리고 욕설·男동료 집기 파손
여성노조, 책임자 처벌 시위·서명
공사 "한쪽 편들기 난감" 해명 급급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골프장 '드림파크CC'에서 고객이 캐디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캐디들은 폭행 당시 골프장 관계자 등이 함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24일 전국여성노동조합 드림파크CC분회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캐디 A(37·여)씨는 골프가방을 차에 실어 달라는 여성고객의 요청에 "캐디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거절했다.

A씨는 "최근 골프가방을 캐디가 직접 손님들의 차에 싣다가 차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이 직접 싣도록 하고 있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B씨가 A씨에게 골프가방을 차에 실어주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아 항의했고, 골프장 관계자 등이 함께 있는 사무실에서 B씨가 A씨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때리는 등 폭행하고 욕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B씨와 함께 라운딩한 C씨가 골프채로 사무실 유리와 집기를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여성노조는 드림파크CC 측에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 마련과 난동을 부린 고객과 관리 책임자에 대한 강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드림파크CC 측은 골프장 운영과 지역 주민이 관련된 문제는 피해영향권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드림파크CC상생협의회'에 안건을 상정해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드림파크CC 관계자는 "상생협의회 측에서 C씨가 소동을 핀 것이 처음이고, 지역 주민인 점을 감안해 조용히 넘어갔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고객이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어느 편을 들기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드림파크CC 측은 B씨에 대해서는 영구출입정지를 통보했으며, 골프장 집기를 파손한 C씨에게는 3개월 동안 골프장 예약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드림파크CC 캐디들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이번 사건과 관련된 고객과 관리자에 대해 강한 조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고객을 대상으로 '캐디 권리 신장', '책임자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을 함께 벌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폭행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함께 있던 골프장 관리자는 이를 제재하거나 막으려 하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며 "골프채를 휘둘러 집기를 파손한 고객은 3개월 뒤에 다시 골프장을 찾을 수 있는데 캐디들은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드림파크 CC는 공사가 각 업체에 위탁을 맡겨 운영하는 상황이라 직접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면서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캐디뿐 아니라 직원에 대한 교육 매뉴얼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