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개설을 위해 20여개 동의 가설 건축물을 불법으로 설치할 때는 뒷짐을 지고 있다가 뒤늦게 물리력을 동원해 철거에 나선다면 불법 야시장 정비가 쉽사리 되겠습니까?”

   28일 오후 3시께 인천시 서구 마전동 현지에서 만난 L(45)씨는 서구청의 검단 2 토지구획지구내 불법 야시장 설치 민원을 지척에서 바라보면서 검단 일대의 행정력 부재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정 단체가 4~5일전부터 구획정리지구내 공동주택 부지에서 포클레인과 지게차까지 동원해 부지 평탄작업을 한데 이어 가로 3~5m, 세로 6~10m 규모의 가설 건축물(천막) 22개동을 설치했으나 서구청이 뒤늦게 정비에 나서는 바람에 민원을 확대 재 생산하는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부랴 부랴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정비에 나섰지만 '부수면 짓는'식의 악순환 반복은 당연한 일.

   같은 시간대 서구 불로동 길훈아파트 인근에는 '소각장(자원순환 시스템)을 추진하는 공사 ×××는 물러가라', '쓰레기 수송차량은 공항차로를 이용하라', '쓰레기로 (주민)울리고 ××개발 웬말이냐'란 내용의 현수막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검단 일대에는 이같은 인신 공격성 주장과 부동산 광고 등 불법 광고물이 어림잡아 수백여개는 걸려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지도, 단속하는 공무원들은 찾아 보기 힘들다. 왕길동 주민 K(42)씨는 “동사무소에 불법 광고물을 떼어 달라고 요구해도 '알았다'고 만 할 뿐 무슨 사연인 지 실제 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검단 일대에선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도 보기 힘들다.

   비슷한 시간대인 이날 오후 인천에서 김포·강화를 연결하는 서구 검단출장소 옆과 검단 사거리 국도 양측에는 인천 70아 11××호 승용차 등 20~30대의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꽉 차 있었으나 단속하는 공익요원이나 공무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중에는 경기80마17××호 건설 폐기물 운송차량도 눈에 띄었다.

  주변 상인들은 “이 곳은 도심처럼 심하게 단속하지 않는다”며 “다 알만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할 경우 경찰과 공무원들만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구 관계자는 “검단지역은 최근 행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관련 공무원들이 지도 감독에 애를 먹고 있다”며 “도심 구나 동사무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취약하지만 예전과 비교할 때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면적이 42.31㎢에 이르는 검단 지역은 지난 95년 김포에서 인천 서구로 편입됐으며 매립지와 아파트, 무허가 공장 등이 산재해 있어 최근 몇년새 행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