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도시에 부합하는 문인 발굴
시민·작가들 교감 '문학의 장' 활용
수원의 문학적 자산 수집 연구
후세 위한 교육시설로 쓰이길 소망
새로운 문학사의 중요한 메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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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지난 10월 27일 수원에서는 향토 지역문학 발전 방안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그 전날부터 제38차 전국 문인대표자 대회를 진행한 수원문인협회는, 이 대회를 통해 '수원문학이 걸어온 길', '꿈의 도시 수원에 반하다' 등의 동영상과 함께 정조대왕의 수원화성과 수원 문화를 광범위하게 소개하였다.

국내 최대의 문인단체인 한국문인협회에서 수원의 문화적 가치와 위상을 폭넓게 경험하게 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둘째 날 수원문인협회는 125만 인구의 도시 수원에 문학관 하나 없다는 문제의식 아래 심포지엄을 주관하였는데, 이 자리에서는 오세영 시인, 김훈동 시인, 허형만 시인, 윤수천 아동문학가, 권오영 시인, 표문순 시인, 윤형돈 시인 등이 이 의제에 대한 속 깊은 의견들을 나누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를 흔히 정보화 사회라고 부르면서, 이러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정보를 잘 선택할 수 있는 알맞은 지혜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 많은 정보들은 무의미한 자료의 더미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수원문학관 건립과 운영은 수원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학적 경험과 정보들을 소상하게 귀납하고 망라함으로써 그 결과를 통해 문학의 가치를 미래 사회에서 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문학이란 하나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궁극적인 대상으로 다룸으로써 이를 접하고 누리는 이들로 하여금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게끔 하는 문화예술의 한 영역이 아닌가. 그 점에서 아무리 영상 매체가 주도적인 예술로 자리 잡는다고 해도, 문학을 통해 경험과 사상을 계발하는 것은 전혀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문학은 인간이 깊게 생각하고 사물을 인식하는 데 매우 필요하며, 언어를 통해 감동과 상상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가 첨단의 정보화 시대에도 문학이 가장 중요한 예술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많은 인구와 깊은 문화 인프라를 갖춘 거대도시 수원에 문학관이 들어서는 것은 퍽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한 문화적 바탕 위에서 시인들은 사람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정서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것이고, 작가들은 한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인물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통해 보여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문화적 가치를 기억하자고 적극 권유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기초로 할 때, 문학의 보존과 대중화의 한 몫을 국가나 지방정부가 떠맡는다는 것은 매우 시의적인 중요성을 띨 것으로 생각되고, 그 점에서 수원문학관의 효용성과 가능성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수원 지방정부가 문학의 창작과 향유의 저변 확대와 내실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적극 나서준다면, 개인적 차원의 일로만 여겨졌던 문학의 모든 순환 회로가 더욱 탄탄하고 견고한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결국 수원문학관은 인문학 도시에 부합하는 수원 출신 문인들을 발굴하고, 타 지역단체의 우수한 인문학 향연을 참조하면서, 시민들과 작가들이 교감하는 문학의 장으로 널리 활용하고자 하는 데 그 궁극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필자와 함께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장 이현식 평론가도 참여하여 문학관의 적합한 기능과 운영 방안에 대한 경험적 의견을 제출하였다. 어려운 행사를 세련되게 주관한 박병두 수원문인협회장은 이 대회를 개최하면서 인문학의 도시 수원이 한국문학의 한 중심이 되고 나아가 지역문학을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피력하였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수원문학관 건립과 운영이 문학의 공공성과 교육성을 제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데 적극 공감하였다. 수원문학관이 수원 시민들의 적정한 합의 아래 진행됨으로써 수원의 문학적 자산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활용하여 후세를 위한 교육 시설로 활용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그때 수원문학관은 지역문학의 장을 투명하고도 드넓게 펼치면서, 새로운 문학사를 상상해가는 데 매우 중요한 물리적 메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