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세우위 위한 '흡수 시도' 정당성 확보 못해
'산술적 통합' 지양 민주당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제도 개편 나선다면 보수중심 거듭날것
그러나 정치는 과거의 정치문법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정당의 연대나 통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당 간 연합은 정당체제 내의 긴장과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연합정치가 가치와 지향을 공유하는 정당 간의 역동적 이합집산으로 이어진다면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보수대통합론에 기대어 다음 총선에서 보수결집을 통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던 세력들이 한국정치 개혁을 위한 정치제도 개선에 유인을 느낄 것 같지 않다.
한국정당체제는 다당제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당제가 갖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당제의 의미는 시민사회의 균열을 균형 있게 반영함으로써 소수의 이해가 대표될 수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정치개혁특위의 가동을 계기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선하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반영된 공직선거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정당의 정당이기주의도 문제지만 한국당 발 보수통합론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이 동력을 얻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발 보수통합론이 가치와 정책의 공유에 기반한 발상인가. 일단 보수통합의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해 부정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은 과연 보수인가. '보수'는 타율적으로 부과된 냉전 반공주의의 구시대적 유물에 갇혀있는 냉전 세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태생적 한계가 있는 정권의 호위무사들의 금과옥조였던 반공 이데올로기는 한국보수의 기원을 안보논리에 갇히게 만들었고, 왜곡된 냉전의 유전인자가 지금도 한국당의 기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보수의 기원이 냉전체제와 무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제약 요인으로 기능했던 냉전체제가 기득권과 친화적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보수 결집'을 통해 표를 얻기 위해 아직도 냉전의 유산에 집착한다면 보수통합은커녕 정당체제 밖으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을 대상으로 추진하려는 보수통합이 사회경제적 계층으로서의 보수의 의미에 대한 성찰 없이 당세의 우위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흡수통합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통합이란 가치나 철학의 공유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토대 위에서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례성의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은 양당제보다는 다당제와 친화적이기 때문에 한국당의 '보수통합'은 논리적 상관관계로 볼 때 선거제도 개혁과 조화되지 않는다. 보수통합론이 안보보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수 대 진보의 대결적 구도에서 또다시 적대적 공존의 수혜자가 되고 싶다는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이념적·계층적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적 대표 체제의 개혁은 선거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수통합론은 정치개혁과는 갈등적이다. 개혁적 의제로 승부할 때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의 위상을 찾을 수 있다. 한국당이 산술적 통합을 지양하고 민주당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제도 개편에 나선다면 보수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다. 연목구어인가.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