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 같았던 스캔들·조폭연루설 '불기소'
지지도 역주행… 댓글러-도민 '다른 시선'
과거 사건에다 정치적 맥락·현재 행정행위
'얽히고 설킨 아이러니 상황' 분명 낯설기만


2018110301000165100006701
김순기 정치부장
지난달 29일 오전 성남시 분당경찰서 맞은편 상가 건물 앞에서 이모(55)씨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은 뒤 쓰러졌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고 이씨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분당경찰서에 출두한 날이었다. 이씨는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씨의 죽음은 '여배우 스캔들' 등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다른 사안에 비해 그리 관심의 대상이 되진 못했다. 이재명 지사는 SNS에 "황망하기만 하다"고 글을 남겼고, 직접 강원도 동해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한 지지자의 '황망한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이재명 지사에 대한 경찰 조사는 ▲친형 강제 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 관련 등 3건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송치,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일간베스트 활동 관련 등 3건에 대한 불기소의견 송치로 매듭지어졌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고, 검찰은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인 12월 13일 이전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대부분 과거에 이미 논란이 됐던 '사건'들로, 지난 5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검증'의 형태로 다시 이슈화됐다. 여기에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이나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거취 문제'로 '정치'적 맥락까지 더해졌다. 지난 6개월여 동안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일들은 공중파TV와 종편은 물론 종이신문, 특히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에서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여배우 스캔들'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제기한 '조폭연루설'의 파장은 하나의 광풍에 가까웠다. '여배우 스캔들'의 당사자인 김부선씨가 한마디 하면 포털사이트 실검이 들썩였고, 소설가 공지영씨의 발언은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도도맘 사건'으로 구속된 강용석 변호사가 합류하고 느닷없이 '점'이 튀어나왔을 때는 '스캔들'이라기보다는 '막장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더 적절해 보였다. '조폭연루설'은 '아수라'라는 영화와 결합되면서 이재명 지사를 비리종합세트 안으로 몰고 갔다. 자연인으로서의 이재명 지사의 인권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지난 6개월여 동안 '이재명'이라는 키워드는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하나의 '현상' 내지는 '신드롬'처럼 소비됐다. '이재명 키워드'는 '역주행'하기도 하고 '스테디셀러'처럼 군림하기도 했다. 이 기간 '이재명 키워드' 관련 글들을 이어붙이면 지구를 몇 바퀴 돌고도 남을 듯하다.

그런데 '역주행'이나 '스테디셀러'는 '이재명 키워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리얼미터의 직무수행 지지도 발표에서 이재명 지사는 지난 8월 29.2%였지만 10월에는 45.3%로 역주행했다. 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7~10% 사이로 이낙연 총리 등에 이어 2, 3위권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도지사·대선주자로서의 이재명과 '여배우 스캔들'·'조폭연루설' 등의 이재명이 각기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작동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스피커'나 '댓글러'들의 이재명과 '일반 도민'들의 이재명은 다르다는 것인지,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그래서 경찰조사 결과에 대해 "여배우와 조폭은 도대체 어디 갔고, 검사와 대장동은 또 뭐냐", "이재명은 과연 가해자냐 피해자냐"는 세간의 질문이 생뚱맞지만은 않다.

'황망(慌忙)'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몹시 급하여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면이 있음'이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과거의 사건에다 정치적 맥락, 현재의 행정 행위가 얽히고설키는 '이재명 현상'은 현대사를 통틀어 분명 낯설고 당혹스럽다.

/김순기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