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이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TV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의 진실이 재조명됐다.
앞서 지난달 12일 스리랑카인 K씨가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스리랑카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우리나라 검찰이 스리랑카 검찰과 공조해 현지에서 기소한 사건으로, 지난 1998년 대구 구마고속도로 상에서 여대생 정 씨가 23톤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사건 당시 유가족은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정 씨의 속옷과 성폭행 흔적이 발견돼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피해자의 옷가지에서 신원미상의 정액이 검출됐음을 확인했다.
경찰은 그러나 사건 발생 초기부터 단순 교통사고로 판단했고, 성폭행 가능성을 배제한채 수사했다.
그렇다면 정 씨는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사건 당일 정 씨의 학교는 축제가 열렸으며, 정 씨는 학교 주점에서 동기와 늦은 밤 학교를 나섰다. 이후 학교에서 5km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정 씨가 사고 당시 메고 있던 가방에는 소지품이 일절 없었다. 또 그의 물건들은 사고 지점 근처 풀숲에서 속옷과 함께 발견됐다.
유가족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으니 부검을 의뢰하자"며 즉각 나섰고, 그 결과 정 씨 속옷에서 정액이 발견됐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신원미상의 DNA였다.
사건 발생 후 15년이 지났고, 지난 2013년 마침내 정 씨 속옷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 사람이 나타났다. 유력 용의자는 당시 대구 성서공단에서 근로했던 스리랑카 K씨였다.
한 외국인은 "금복주 사거리에서 여자 하나 술 먹어갖고 길거리에서 자전거로 데리고 가 고속도로 굴다리에서 셋다 성폭행만 했다고 했다"며 당시 들리던 소문을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K씨와 자일라, 하산타는 정 씨를 자전거로 태워 데려갔는 것.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이 어떻게든 구조를 요청하고 싶었을 것 같다"면서 "불빛을 따라 이동하던 중 차량의 불빛을 보고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보니 결국 고속도로분리대를 넘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용의자인 K씨와 일행들은 정 씨의 사망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K씨가 체포되고 나서야 정 씨의 사망 소식을 알게됐고, 지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K씨는 앞서 지난 2010년에도 미성년자에게 성매수를 제안해 적발된 이력이 있다. 그는 또 지난 2013년에 20대 여성을 강제 추행하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은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DNA를 의뢰하다 1998년 정 씨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K씨는 1심과 2심,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현재 스리랑카로 추방당했다.
대구지방법원 공포판사는 "특수강도 강간죄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라며 "검출된 DNA 증거는 강간에 대한 증거는 될 수 있지만, 특수강도나 특수 강간에 대한 증거로 부족하다. 강간죄로 기소하기에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고 전했다.
한편 스리랑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무죄로 끝난 정 씨의 사건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스리랑카 날린 로산타 법무차관은 "심문 결과 K씨가 주동자로 밝혀졌다"면서 "이 사건을 콜롬보 법원에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스리랑카 사람이 외국에 가서 범죄 행위를 한 것이 스리랑카 국내법에서도 위반된다면 스리랑카 법원에서도 같은 사항으로 적용된다"고 성범죄에 엄격함을 설명했다.
확인 결과 스리랑카에서는 정 씨 사망사건의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었고, 우리나라 강간죄 처벌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손원태 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