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근무·계속되는 긴장감
체력·심리적 부담에 대다수 기피
'무늬만 지원제' 반강제 차출 심각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교사들 사이에서 수능 감독관 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수능을 치르는 데 감독관이 꼭 필요하다 보니 비교적 젊은 교사들이 그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천교사모임은 전국 중·고교 교사 5천여명을 대상으로 수능 감독 시 힘든 점(2개 선택)을 물은 결과, 71.8%는 '심리적 부담', 71.5%는 '체력적 부담'을 꼽았다고 4일 밝혔다.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빠르면 오후 4시, 늦으면 8시 이후에 업무가 끝나는 데다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 대부분 교사가 감독관을 기피하는 이유다.

또 같은 조사에서 감독관 차출·배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49.6%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보통이다'는 39.6%였고, 긍정적인 응답은 12.1%에 불과했다.

경기도의 경우 5만2천여명의 중등교사 중 평균 60%가 감독관이 돼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감독관 업무를 피하려고 하다 보니 선발 방식이 '지원'이 아닌 '강요'가 되고 있다.

실제 수원시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A(33)씨는 반강제로 감독관으로 차출됐다.

지난 10월 교육지원청으로부터 감독관 지원 관련 공문을 전달받은 학교는 '감독관 지원을 원하는 교사의 명단'이 아닌 '감독관 업무를 할 수 없는 교사의 명단'을 조사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모두 감독관을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비교적 고참에 해당하는 교사들은 온갖 가정 및 개인 사정을 이유로 빠졌고, A씨와 같은 신참 교사들은 거부 의사 한번 밝히지 못하고 감독관을 하게 됐다.

의정부시의 고등학교 교사 B(28·여)씨도 A씨와 비슷한 상황으로, 이 학교의 감독관 지원자는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독관 수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모집에 나섰고, 젊고 결혼도 하지 않은 교사들이 감독관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여론에 B씨는 원치 않는 감독관 업무를 맡게 됐다.

B씨는 "왜 젊고 결혼을 안 했다는 이유로 남들이 다 하기 싫어하는 감독관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감독관의 처우를 개선하든지, 공평한 감독관 선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