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들 '자본주의적 노동윤리' 거부 시작
성실한 노동·돈벌이 관심 잃어 위기직면
'현대산업이 따기쉬운 과일 모두 수확' 경고

푸얼다이(富二代), 관얼다이(官二代), 달팽이족, 생쥐족(지하셋방 거주자), 개미족(아파트 방 한칸에 세 들어 사는 자), 딸기족(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자), 켄라오( 老,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돈을 타서 쓰는 자), 다이쓰(루저), 광군(光棍, 노총각), 성뉘(剩女, 노처녀), 싸우난(三無男, 아파트, 자동차, 돈 없는 남자) 등이다. 금수저인 푸얼다이와 관얼다이를 빼면 별 볼 일(?)이 없다. 사회주의체제에서 태어나 자본주의 파도를 맞이한 중국의 '신인류(新人類)'들이다.
'신인류'는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일본이 완전히 선진국 지위에 오른 70년대 중반~80년대 초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들이다. 경제성장을 떠받치던 부모세대의 노동윤리를 저버리고 서구식 개인주의를 적극 받아들이며 결혼이나 출세, 정치 등에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대신 만화, 스니커즈 패션과 워크맨, 좀 더 나중에서는 아이팟 문화에 매몰되어 '소확행'을 즐긴다.
신인류의 원조는 '히피족'으로 불리던 1960~70년대 미국의 반(反)문화 세대이다. 1950년대를 상징한 직장인(organization man) 세대의 자녀들로 마약을 하고, 자유연애를 즐기며, 록음악을 듣고, 자아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나르시시스트이면서 반체제 성향이 강했다. 같은 시기 유럽에서도 기업 경영자들과 사회비평가들이 '노동 알레르기'라는 새로운 현상이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며 우려했었다.
한국의 신인류는 'M(밀레니얼)세대'이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하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소통에 익숙하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로 불리더니 요즘엔 모든 것을 포기한 'N포 세대'로 통한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비하하는 M세대는 직장에서는 노마드(유목민)로 불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010년 15.7%에서 2016년에는 27.7%로 급증했다. 조직문화 적응 실패 내지 인내심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극심한 취업난과 밀레니얼의 노마드적 특성이 맞물리면서 프리터(free+arbeiter)들도 늘고 있다. 하루 4~8시간 정도 편의점 알바 혹은 해외 '워킹 홀리데이' 등 파트타이머들이다.
M세대에게 세상의 중심은 '나'로써 자기결정권에 집착한다. '인맥이 자산'이라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데 골몰했던 부모세대와는 판이하다. '혼밥', '혼술' 트렌드가 나온 배경이다. '혼자 놀기'는 최근 들어 '나만의 공간'과 '나만의 취미'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학자 대다수는 향후 40년 사이에 중국의 인당 소득은 열 배가 되고 미국과 유럽은 두 배가 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둔화와 소득분배 악화는 점입가경이다. 세계화의 진전과 전무후무한 인구구조 변화-저출산, 고령화-때문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자녀수인 합계출산율의 경우 영국에서는 다섯 명에서 두 명으로 줄어드는데 130년이 소요되었으나 한국은 20년밖에 안 걸렸다. 유엔의 2008년 세계인구 전망에서는 2100년에 세계 인구는 60억 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교육을 많이 받은 인재들이 자본주의적 노동윤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성실한 노동과 돈벌이에 관심을 잃게 되면 위기에 처한다. 육식동물 같은 대형의 포식자들이 줄어들면 피식자인 초식동물이 증가하게 되고 피식자들이 풀을 고갈시켜 전체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위기도 자본가 자신이 의존하는 대상을 과도하게 착취하는 데서 발생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1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의 한 명으로 꼽은 타일러 코웬(Tyler Cowen)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의 "현대 산업이 '따기 쉬운 과일'은 이미 다 수확했다"는 경고에 눈길이 간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