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에서 찾겠다는 자세 필요
남의 일보다 자신 문제 해결 우선
공무원의 'R&D 권한' 넘겨 받아
DARPA같은 조직으로 창업 유도
60년 된 DARPA PM 제도의 핵심은 과제기획 기능과 동시에 우리는 못 갖고 있는 예산집행의 전권과 재량권을 갖고 있다가 아니다. DARPA의 핵심은 국가가 왜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R&D를 하는가 하는 철학의 문제이다. 학문의 증진, 산업의 육성, 경제 발전 등은 부차적인 것이다. 국가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강력한, 효율적인 국가와 정부조직이 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첨단기술을 개발하여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안녕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60년 전에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쏴서 미대륙을 위협하는 사건, 4년 전 세월호 같은 사건이 안 일어나게 하겠다는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성찰과 대비이다.
외부로부터의 기술적 충격,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위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정부가 먼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먼저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조직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많은 실패, 그에 따른 예산의 낭비가 전제되지만, 만일 경쟁국이 더 먼저 앞선 기술을 개발했을 때 닥칠 위험에 비하면 그런 실패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9·11테러가 방대한 정보 분석의 실패에 따른 반성에서 방법을 찾다 보니 인공지능 기술이 나오고(이 기술은 금융권의 사기 감지 기술로 활용되고 있음), 부상당한 응급한 수술이 필요한 군인을 야전에서 수술하기 위해 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우리도 수술로봇 개발한다고 정부 돈 낭비했는데, 의료헬기 몇 대 더 장만하면 충분했을 것임). 정부, 즉 국민이 그 기술의 수혜자이면서, 최첨단의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을 개발하는데 대학의 연구소, 공공 연구소, 기업이 같이 참여하게 하여 창업과 첨단 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인터넷, GPS, 반도체, 자율주행차, 드론, 아이폰 시리 등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얼마 전에 정부가 몇 년 동안 투자해 온 머신러닝 플랫폼 사업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다.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여 일반인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대학에 몇 십억을 투자했다. 여전히 국가, 공무원들이 산업을 육성한다고 R&D 예산의 50% 이상(OECD 국가들은 20% 수준) 쓰고 있다. 한때 이 방식은 잘 작동했다. 모방해야 할 기술을 선정하는 데는 공무원이라고 못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기가 지났다. 기업체가 알아서 더 잘하는 시대가 되었다. 정부에서 행정혁신을 위해 머신러닝 플랫폼을 개발했다면 적당히 연구비 받아서 개발하는 시늉만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 국가를 잘 운영하는 방법을 과학기술에서 찾겠다는 자세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남의 문제 해결하겠다고 하지 말고 정부 자신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무원이 좌지우지하는 R&D 권한을 넘겨 DARPA 같은 조직을 만들어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과학기술 전문가가 열심히 해결책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가지고 나가 창업을 할 것이다. 그렇게 혁신동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혁신적이면 국가 전체가 혁신적이 된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