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기본룰은 '동반자 배려하는 매너'
일부 아마추어골퍼 팀원이나 캐디들에게
음담패설·반말·욕설까지… 함부로 대해
라운딩하는 '동행자'임을 왜 깨닫지 못할까

이진호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골프 인구가 크게 늘었다. 대한골프협회가 지난 6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골프를 경험한 인구는 성인 20대 이상의 15.1%인 636만명으로 조사됐다. 2007년 251만명에서 2012년 401만명, 2014년 531만명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사이 2.5배 늘어난 셈이다. 2000년 139개이던 골프장도 2010년 200개가 늘어난 339개로 집계됐고, 2015년 438개, 2018년에는 5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골프장경영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만 280개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골프산업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골프 대중화의 특징 중 하나는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회원제(퍼블릭)골프장이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골프장 이용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골프장 이용이나 복장 규정도 회원제보다 비회원제 골프장이 덜 엄격해 젊은 층과 여성 골퍼들이 자주 찾는다.

골프가 대중화하면서 잡음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인천드림파크CC 골프장에서 캐디가 여성 고객에게 폭행당한 일이 벌어졌다. 골프백을 차량에 싣는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졌던 것인데 캐디는 골프장 측에서 차량 파손이 잦으니 고객이 직접 싣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거부했고, 여성 고객은 캐디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사무실로 데려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동반자인 남성 고객이 골프채로 사무실 집기를 파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성과 남성 고객의 행동도 문제지만, 드림파크CC가 대처한 행동이 잘못이 더 크다. 일단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고객이 캐디를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했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다. 설상 캐디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고객한테 맞아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드림파크CC는 고객의 눈치를 보느라 쩔쩔맸고, 사건을 조용히 넘기려는데 급급했다. 결국, 참지 못한 캐디들이 돌아가며 1인시위에 나섰고 언론을 통해 이런 일이 알려지자 뒤늦게서야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관련 직원을 징계했다. 그러면서 폭행당한 캐디도 1주일 동안 직무정지 처분을 내려 또다시 비난을 샀다.

드림파크CC가 고객의 눈치를 봤던 데에는 물의를 일으킨 남성 고객이 피해영향권 내 거주하는 주민이라는 점이 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드림파크CC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피해영향권 지역 주민 대표로 구성된 '드림파크CC상생협의회'의 협의를 통해 운영된다. 협의회는 골프장 운영과 예산을 협의해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공사 측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날 폭행 사건도 상생협의회에 통보됐지만 드림파크CC 관계자는 "상생협의회 측에서 (남성 고객이) 소동을 핀 것이 처음이고, 지역 주민인 점을 감안해 조용히 넘어갔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고객이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어느 편을 들기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당시 드림파크CC 또 다른 관계자는 "차라리 (캐디)전체가 파업했으면 좋겠다. (캐디들과 상생협의회)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골프의 기본 룰이자 매력은 '동반자를 배려하는 매너'일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 중에는 동반자는 물론, 캐디들에게까지 함부로 대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들 중에는 여자 캐디를 놀리려고 음담패설을 하거나 '거리를 잘못 불러준다', '그린 경사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며 반말에 욕설까지 퍼붓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 모두 캐디도 함께 라운딩하는 동반자임을 깨닫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드림파크CC 골프장 캐디라고 해서 고객에게 매를 맞으면서 일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