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수구보건소, 종별 변경 허가
응급실 폐쇄·진료과 15→6개로
年 20억 적자·간호사 구인난도
지역거점 공공 의료기관인 인천적십자병원이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지속,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종합병원'에서 '병원'으로 축소됐다.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고 진료과목을 기존보다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1985년 종합병원으로 승격된 후 33년 만의 일이다.
연수구보건소는 7일부로 인천적십자병원의 종별 변경(종합병원→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인천적십자병원은 이날부로 응급실을 폐쇄하고, 기존 15개의 진료과를 줄여 내과, 정형외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치주과 등 6개 과목만 운영하기로 했다.
의료법상 종합병원은 갖춰야 할 요건이 많은 반면, 병원은 30개 이상 병상을 유지하면 된다. 인천적십자병원은 허가 병상 수(150병상)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인천적십자병원이 종별 변경을 감행한 가장 큰 이유는 경영난이다. 이 병원의 경영공시 자료 등을 보면 2013년 5억6천5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이후 매년 적자 폭을 늘려 지난해에는 20억8천만원의 적자를 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공공병원이 꼭 흑자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150병상 규모 병원 입장에서 연간 20억원은 감당하기 힘든 규모였다"며 종별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간호사 구인난도 심했다.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많지 않아 충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고, 2~3년차 미만 간호사의 퇴직률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간호사 유출'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가 나오기도 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인천적십자병원은 의료 취약 계층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으로 운영돼 왔다. 지역거점 병원으로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천적십자병원의 경영난은 취약 계층을 상대로 한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이번 종별 변경 허가에 지역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병원 슬림화', '신축 장례식장 운영(2019년 6월 예정)' 등으로 인천적십자병원의 경영 상태를 호전시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진료과를 축소 조정하면서 남은 인원을 병동에 배치해 다음 달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재개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인천적십자병원은 간호 인력 부족으로 지난 7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중단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경영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이고, 경영상태가 호전된 이후 다시 종합병원 격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