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식비 지원' 노조와 단협 체결
별도 편성·지자체 협의 안해 '논란'
청소근로자등은 징수 형평성 문제도


인천시교육청이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학생에게 써야 할 무상급식 예산 일부를 영양사와 조리실무원 식대로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무상급식 예산은 인천시교육청(55%)과 인천시(28%), 군·구 기초단체(17%)가 나눠 부담하고 있는데 시교육청이 논의 없이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예산이 학생이 아닌 근로자에게 투입되는 것이 마땅한지가 쟁점이다.

8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등은 지난 9월 20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영양사와 조리실무원 등 학교 급식 종사자의 식비를 2019년 9월 1일부터 월 5만원 이내에서 징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단체협약에 담겨있다.

단 내년 8월 31일까지는 식비 징수를 면제한다는 단서를 달아 1년 동안 유예했다.

식비를 당장 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 8월 31일까지 미룬 유예조항이 문제다.

급식 종사자 식대의 경우 예전에는 노동 강도가 높고 급여 등 처우가 열악해 식대를 감면해주는 분위기였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징수 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조항은 학부모들이 식비를 부담하던 시기에 마련된 것이다.

초·중·고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 이후에는 학부모들이 이 같은 사항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청소나 당직, 교육실무원 등은 모두 식대를 낸다. 급식 업무에 종사하는 영양교사 또한 식대를 부담한다.

식대를 면제받는 교육감 소속 근로자는 급식 종사자가 유일하다. 처우도 예전과 달라 현재는 조리실무원도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월13만원의 정액급식비를 지원받고, 5만원의 위험수당도 받는다.

4월 1일 기준으로 교육감 소속 근로자 가운데 조리실무원은 2천358명, 영양사는 206명이 학교 현장에 있다.

올해 인천시교육청 무상급식 예산은 2천507억여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영양사와 조리실무원에 면제하고 있는 급식비는 15억여원에 달한다.

15억원의 예산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준비 없이 단체협약을 맺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교육청 내부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시교육청 소속 한 공무원은 "단협을 문제없이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나 절차 등을 사전에 마련하는 준비가 미흡했다"며 "도 교육감이 그동안 협치를 강조해 왔는데, 빠듯한 살림을 꾸리는 인천시나 군·구가 이러한 것을 알면 그냥 넘어가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노동조합과의 단체 협상을 인천시나 기초단체와 논의하며 진행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힘들었다"며 "필요한 후속 대책 등을 마련하거나 단협을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