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시중은행은 계좌이체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는 데다가 결제플랫폼 구축·운영 비용 수십억원까지 떠안아야 하는데도 정부 사업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로페이 사업에는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18개 금융회사와 네이버, 엔에이치엔페이코, 한국스마트카드, 신세계아이앤씨 등 10개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물건을 살 때 간편결제 사업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맹점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돈이 이체되는 결제 방식이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과정에서 부과되는 카드사 수수료, 부가통신업자(VAN사) 수수료 등 중간 단계를 줄였다.
이런 계좌 간 거래에서 은행은 통상 50∼500원 수수료를 가져간다. 그러나 제로페이 참여 은행은 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상당히 깎아주기로 했다.
가맹점 연매출액을 기준으로 8억원 이하는 수수료 0%,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만 받는다.
은행권에서는 11개 시중은행이 매년 최대 760억원가량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다만 이는 서울시 66만 자영업자 모두가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가입하고, 제로페이가 주요 결제수단으로 대체됐을 때 얘기다.
문제는 애초 제로페이를 단일 시스템에서 가능하게 하는 통합 제휴페이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도 은행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현재 통합 제휴페이플랫폼은 금융결제원이 주축이 돼 만들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은행 분담금으로 운영되기에 플랫폼 구축·운영비도 결국 은행 부담이 된다.
금융결제원은 플랫폼 초기 설치 비용으로 39억원, 다음 해부터 운영비용으로 매년 35억원씩 들 것으로 추산해 각 은행에 전달했다.
정부는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는 구간도 있으므로 그 수익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처음에는 계좌이체 수수료 수익만 포기하라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플랫폼 구축, 유지·보수, 마케팅 비용까지 모두 은행이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사업이 잘될지 안 될지 은행 분석과 상관없이 정부 지침에 따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 질의에 "서울시에서 하는 것은 소상공인 수수료 경감 완화를 위한 것으로 이해하나 영속성 있게 되려면 인위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가맹점 관리 비용을 지자체가 (개입)하는 비효율성 등도 같이 연구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형 결제업체인 비씨카드와 카카오페이가 최근 제로페이 사업 불참을 결정하면서 회의적인 시각은 더 커졌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계좌 기반 방식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약 15만개 결제 가맹점과 2천500만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집중해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제로페이 QR코드 표준이 카카오페이가 이미 보급한 QR코드와 호환되지 않는 점 등이 주요 이유로 알려졌다.
제로페이가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소비자 유인 측면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소상공인들이 수수료 '제로' 혜택을 누리려면 고객들이 제로페이를 사용해야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많지 않다.
현재까지 제시된 제로페이 사용 혜택은 소득공제율 40% 적용, 공공시설 결제 때 할인 등이다.
소득공제율(40%)은 신용카드(15%)보다 높지만, 실질적인 환급 혜택은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가 잘 정착한다면 소비자의 새 결제 방식 경험을 높이고, 나아가 결제 시장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서는 소상공인 가맹점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 제로페이를 통해서 망 확대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