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프로야구 보스턴·소프트뱅크 승리로
1992년 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또렷해
피츠버그, 월드시리즈 진출 '3년 연속 고배'
KS 마지막 격전지인 잠실벌 '명승부' 기대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8년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는 각각 보스턴 레드삭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최후의 승자로 올라서면서 막을 내렸다.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리그 중단으로 인해 늦춰진 일정을 소화한 우리 프로야구만이 마지막 승자를 가리기 위한 한국시리즈를 벌이고 있다. 시리즈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지만, 야구팬의 의식은 지난 2일에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에 멈춰 서 있는 것 같다. '각본 없는 드라마'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승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9회 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으며, 연장 10회초에 1점을 더 내주며 역전을 허용한 SK는 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김강민의 동점 홈런과 이어진 한동민의 결승 홈런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으며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얻었다.

수년 동안 필자의 의식을 멈추게 했던 경기가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당시 결승타와 득점 장면, 그와 동시에 수차례 이어진 현지 캐스터의 외침(Braves Win), 필자의 아쉬운 마음(응원한 팀이 졌음) 등 시청각적 기억과 머리와 가슴 속 기억 모두 또렷하다.

1992년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은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리턴 매치로 이뤄졌다. 당시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는 동·서부 지구로만 구성됐다. 지구 1위 팀끼리 챔피언십을 치르고 이기는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피츠버그는 1990년과 1992년 올해의 내셔널리그 감독상을 받은 짐 릴랜드 감독이 이끌고 있었으며, 1990년 사이영상 수상자 덕 드라벡이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중심 타선은 앤디 밴 슬라이크(올해 두산에서 뛴 스캇 밴 슬라이크의 아버지)와 바비 보니야, 배리 본즈로 구성됐다. 이들은 외야 3자리(보니야는 3루 겸업)도 맡으면서 공·수에서 막강 라인업을 구축했다.

1992년 시즌 후 드라벡과 본즈 등 주축 선수들이 FA가 되기 때문에 피츠버그로선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리그 챔피언십에서 3승3패로 맞선 피츠버그와 애틀란타는 7차전에 각 팀 에이스인 드라벡과 존 스몰츠를 내세웠다.

스몰츠(6이닝 2실점)로부터 2점을 뽑아낸 피츠버그가 8회까지 드라벡의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2-0으로 앞섰다. 9회에도 등판한 드라벡은 2루타, 2루수 에러, 볼넷을 허용하고 무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스탠 벨린다에게 넘겼다. 벨린다는 희생플라이로 1실점 후 볼넷을 내주며 다시 만루 위기에 처했다. 내야 플라이로 두 번째 아웃을 잡아낸 벨린다는 2타점 좌전 안타를 내주며 역전 득점을 헌납했다. 결승타 때 좌익수 본즈의 홈 송구가 약간 우측으로 치우치며 2루 주자가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됐다. 이 장면이 있기 전 중견수 밴 슬라이크가 어깨가 강하지 않은 본즈에게 전진해서 수비하라고 충고했는데, 본즈가 듣지 않았다고 한다. 본즈가 인기 있는 백인 선수인 밴 슬라이크를 질투해 충고를 무시했고, 그로 인해 연장으로 갈 기회를 날려버렸다.

결국 피츠버그는 1990년 이후 내리 3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하지만, 신시내티 레즈(2승4패)에 이어 애틀란타에 2년 연속 3승4패로 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박찬호가 진출하면서 MLB 경기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홈런 타자로 변신한 본즈가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그를 좋아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2018 한국시리즈가 마지막 격전지인 잠실벌로 향한다. 승부를 결정지을 시리즈 막판에 어떤 명승부를 연출할지 기대된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