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정책 수립·집행하는 해외전문가들
드론촬영법 등 무료 프로그램 놀라워 해
미디어교육 해외 무상지원 가능성 물음에
마냥 마다하기에는 너무 미안한 마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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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는 해외전문가들의 발길이 잦다. 주로 방송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각국의 고위직 공무원들이거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지난주만 해도 두 개의 그룹이 센터를 찾았다. 화요일에 방문한 이들은 아시아-태평양 방송개발기구(AIBD) 회원국 관계자들이었다. 한국은 26개 회원국들로 이뤄진 AIBD의 집행이사국인데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고 AIBD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공동주관하는 '시청자권익증진 국제세미나'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세미나의 첫째 날, 참가자들은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시청자권익증진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 뒤 곧바로 인천으로 이동했다.

먼저 송도국제도시의 해송중학교에서 '찾아가는 미디어버스'의 실제 교육현장을 참관했다. '찾아가는 미디어버스'는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직접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이동형 미디어교육프로그램이다. 방송체험시설과 VR장비를 갖춘 대형차량 2대가 강원도 산골부터 제주도와 서해 덕적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누빈다. 이날은 AIBD 관계자들을 위해 도심에서 운영한 예외적인 경우였다. 이어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교육프로그램 전반과 시설·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마침 다목적 홀에서 진행 중인 드론 촬영교육을 참관하고, 1인 미디어 스튜디오에서는 직접 실시간 방송에도 참여했다. "와우, 원더풀!" "잇츠 그레이트!" 탄성이 이어졌다.

금요일 방문그룹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시청자미디어재단 등이 공동주최한 '2018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국제심포지엄'의 기조강연자와 각 세션별 주요 발제자들이다. 기조강연을 맡았던 폴 미할리디스 미국 에머슨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메이저 언론에도 기고하고 있는 미디어리터러시와 시민미디어운동 전문가다. 해마다 5개 대륙의 청년미디어제작자 70여 명과 교수 12명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3주 동안 모여 사회변화를 위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미디어리터러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미디어와 글로벌 변화를 위한 잘츠부르크 아카데미' 이사로서의 활약상이 특히 두드러진다.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글로벌협의회(GAPMIL) 부의장인 하린더 팔 싱 칼라 인도 펀잡대 교수,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디지털시민성교육위원회의 가이드라인 개발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알렉산드로 소리아니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 유엔 전기통신연합(ITU)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 영국 인터넷안전센터 소장 등은 각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이들 역시 세미나의 주요 일정으로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실제 현장인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은 것이다.

센터를 둘러본 대부분의 해외전문가들은 동영상 제작, 1인 미디어 실습, 드론 촬영 등 기존 미디어부터 최첨단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와 관련한 모든 교육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놀라워한다. 그리고 이런 시설과 장비를 갖춘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설립이 전국적으로 계속 추진되고 있는 현실을 부러워한다. 지난주에 방문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특히 우리와 이웃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관계자의 부러운 반응을 온몸 가득히 느낄 때마다 가슴이 뜨끔하다.

우리는 지금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그 위상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그날도 실제로 한 전문가는 우리 미디어교육시스템의 해외 무상지원 가능성을 내게 물어왔다.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내부에서 그러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지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 해 전 현지를 방문해 여건을 살피기까지 했다. 여러 이유로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또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쯤 다시 들여다볼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밀어야 할 손길을 마냥 접어두기에는 그 시간 쌓이게 될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의 크기가 너무 클 것 같다. 시선의 확대, 사고의 확장, 행동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