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어린아들 시신안고 오열 실화 '모티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40명 사연속 역사·감동 내러티브… 할리우드 스타 오디오북 화제도
언제부턴가 찬 바람이 불면, 신기루 마냥 우리는 이국 땅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몇 년간 노벨문학상을 좇더니, 요즘은 영국의 맨부커상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2016년 한국 작가 최초로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이라 손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맨부커상은 한국 독자들의 관심대상이 됐다.
올해도 초겨울과 함께 맨부커상 수상작이 서점가를 찾아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17 맨부커상 수상작인 '바르도의 링컨'이 한국어 번역으로 출간됐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와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뉴욕타임스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인 바르도의 링컨은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 '영미문학계의 천재' '작가들의 작가'라는 별칭의 조지 손더스의 첫 장편소설이다.
조지 손더스는 독창적인 서사 구조, 풍자적이고 위트있는 문체로 단숨에 영미문학의 대표 작가로 떠올랐다.
바르도의 링컨은 미국 링컨 대통령이 어린 아들을 잃고 무덤에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는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링컨의 셋째 아들 윌리가 장티푸스에 걸려 11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링컨이 몇 차례나 아들의 묘에 찾아가 아이의 시신을 꺼내 안고 오열했다고 전해진다.
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손더스는 링컨기념관과 피에타가 합쳐진 이미지가 떠올랐고 이것은 바로 그의 첫 장편 소설의 출발점이 됐다.
바르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세계의 사이'를 뜻하는 티베트 불교 용어다. 죽은 이들이 이승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가기 전 머무는 시공간이다.
작품 속에서 링컨의 어린 아들, 윌리는 바르도에 머무르며 그 곳의 영혼들과 대화를 나누며 서사를 이끌어간다. 바르도에 있는 40 여명의 영혼들이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는 것이 이 소설의 골자인데, 단순히 사연풀이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링컨과 그 시대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링컨 시대를 보여주는 책과 서간문, 신문 등에 인용된 문장들로 이루어진 챕터가 끼어들면서 가상의 세계와 실제 세계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세계를 완성하는 독특한 형식이다.
이 때문에 2017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이었던 롤라 영은 심사평을 통해 "완전히 독창적인 소설의 구성과 스타일은 위트있고 지적이며 감동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준다"며 "바르도의 링컨은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동시에 역사를 재치있게 활용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의 의미와 경험을 탐구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수십 명의 영혼들의 목소리를 오디오북을 통해 재현했는데, 줄리앤 무어, 벤 스틸러, 수전 서랜던, 리나 던햄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