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문화헌장에 담겨있는 '인천 이미지'
비류·해양·하늘도시등 개항장·중구에 집중
유구한 단군의 역사·부평史 희미하게 적시
어디에 살든 문화적 차별 없애는 노력 필요

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벌써 작년 일이다. 부평구문화재단에서 '인천·부평 대중음악'에 관한 책에 대해 자문을 구하였다. 그때 나는 '인천·부평'이란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책의 내용이 인천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어서 그냥 '인천 대중음악'이 낫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부평지역에서 추천된 자문위원의 의견은 달랐다. 결국 '인천·부평'이란 제목은 그대로 남았다. 굳이 부평을 부평이라 밝혀야만 한다는 부평사람들의 의취가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인천과 부평이 상이한 문화적 배경을 가졌다는 것은 상식이다. 인천은 인천도호부와 개항장에 뿌리를 두고 있고 부평은 부평도호부에 근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에서 30여년을 살았어도 한낱 이주민인 나 같은 자에게는 다 같은 광역 인천의 역사일 뿐이다. 인천도호부나 미추홀, 주부토나 장제, 계양이나 부평도호부, 나아가 단군과 고려의 역사를 품은 갑비고차와 혈구의 강화군도 모두 인천의 역사인 것이다.

그러다 최근에 부평의 역사를 짚어보는 기회가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부평이 인천에 통합된 것은 부평 사람들의 의지나 결정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인천부를 개항장 일대로 한정하고 나머지를 부평과 인천에서 한 글자씩 따서 부천군으로 통합하였었고 다시 인천에 부평을 포함시키고 나머지 지역을 부천으로 칭하는 데서 오늘의 도시경계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해방이 되었으나 부평은 온전히 부평으로 해방되지 못하고 인천의 일부로 남게 되었으니 일제가 구획한 경계에서 제대로 해방되지 못 했던 것이다.

현재 인천광역시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인천역사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인천의 지명변천이 소개되고 있다. 미추홀에서 시작하여 인주, 인천도호부를 거치고 있다. 여기에 대등한 규모였던 부평도호부는 하단에 부수적으로 강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 현재 광역 인천은 확실히 인천을 중심으로 부평과 강화 등 이후 흡수된 지역을 부수적으로 보고 있다.

해방 직후 왜 부평은 부평으로 독립된 시를 구성하지 못했을까 한탄이 있음직도 하다. 그러니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독립된 지방자치단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할 수도 없다. 교과서 같은 답변을 한다면 과거의 차이를 다양성의 자산으로 삼고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자고 하겠으나 현재와 같은 광역 인천을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가 서열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코 쉽지 않을 일이다.

때맞춰 인천시민문화헌장을 제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담긴 인천의 이미지는 비류의 나라, 개항, 해양, 하늘 도시의 이미지이다. 유구한 단군의 역사나 인천과 대등하게 다른 문화로 발전해 온 부평의 역사도 희미하기 짝이 없다. 요컨대 비류, 개항기, 해양, 하늘도시의 이미지를 담았다고 하나 외곽에서 보면 그 연상은 모두 개항장과 중구에 집중되어 있다.

광역 인천이 제대로 그 광역성 위에 기반하려면 지금의 개항장 중심의 역사관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경제나 사회안전은 공유하되 오히려 무수히 쪼개질 수 있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며 광역 인천의 어디에 살든 미추홀과 개항장과 부평도호부나 강화의 역사가 모두 우리 인천의 역사이며 그 다양성이 모두 우리 인천의 것임을 합의하는 현실적 과정이 안배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천시민문화현장 안에 적시되어 있듯이 문화는 우열이나 선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실재하는 역사적, 문화적 차별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마디 더 시민문화헌장에 덧붙이자면 문화주체로서의 시민의 위상이 취약하다. 첫 번째 조항이 문화예술의 향유자로서의 인천시민이다. 시민은 향유하고 시는 시민을 위한 시설, 공간, 정보를 활용하도록 지원한다는 구절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되는 자본주의적 구획이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정책실행주체를 인천시로, 시민들을 그 타자로 삼는 구분도 곳곳에 명백하다. 우리가 지금 문화헌장을 제정한다면 그 시작은 인천시민이 인천문화의 생산자이며 주체인 것을 명백히 하는 것이어야 한다.

/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