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과 동네에서 어울려 사는 것
시민들 자발적으로 활동에 참여
사회관계망·자조시장 만들어야
공공기관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

일본의 노인복지가 시설요양에서 커뮤니티 케어로 전향한 배경에 '2025년 문제'가 있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율을 자랑하는 일본에서는 2025년이 되면 약 650만 명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후기고령층(75세 이상)이 돼 의료와 간병 시스템이 따라갈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선 이를 '2025년 문제'라 한다. 이때가 되면 의료비는 54조엔으로 2006년의 약 2배, 사회보장비는 162조엔으로 약 1.8배에 달할 것이라고 후생노동성은 전망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 12일 보건복지부가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중장기 발전방향으로서 '커뮤니티케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커뮤니티 케어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를 의미한다.
커뮤니티 케어는 단순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 중심의 서비스를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로, 국가 제도중심에서 지역 주도로, 수요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복지서비스 시스템을 재정비하여 한국의 복지서비스 체제를 전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참여와 논의가 필요하다.
커뮤니티케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의료와 돌봄 이전에 노년에도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고 살 수 있는 집과 지역 커뮤니티(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노후를 위한 집도 커뮤니티도 없는 한국사회에서 우리가 커뮤니티케어를 외치기 전에 준비하여야 할 것은 나이 들어서도 시설에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고령화를 사업(돈 버는 일)의 기회로 보았던 많은 시도가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버산업이라고도 하고 시니어비즈니스라고도 한다. 그럴듯한 이름과 달리 여전히 유망하기만 한 사업이 되었다.
시니어 비즈니스는 고령자의 구매를 자극하거나 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지구상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장수사회, 한쪽에서는 4차산업과 첨단기술을 논하지만 기승전 결론은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귀결된다. 보통의 시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노년의 삶은 공공복지의 최저 생활 보장도, 고급 실버타운의 비싼 서비스도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에서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행복한 삶을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 소박한 요구에 대해 시장도 기술도 여전히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는 노인복지를 편하게 시장에 넘겨 버렸다. 지금 말 많은 사립유치원과 동일한 구조다.
노년의 삶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핵심은 주거와 관계(공동체)이다. 선진국에서도 노후주거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결론은 시설도 아닌 고급 실버타운도 아닌 내 집과 동네에서 이웃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다. 코하우징과 같은 수요자 주도 건축과 주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이다.
노인돌봄 또한 미국의 빌리지운동이나 일본의 복지클럽생협과 같은 지역사회 공동체 기반 시민주도 활동이 지금 커뮤니티케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정신 차리고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시니어 비즈니스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사업적 접근을 넘어 적정기술 개발과 커뮤니티 기반 사회적경제 관점에서 사회혁신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의 공동체활동에 참여하여 호혜적 사회관계망과 자조시장을 만들어야 하며, 공공은 이를 지원하여야 한다. 모두 함께 노후를 위한 집과 마을을 준비하여야 한다.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