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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밍(naming)은 '이름 짓기, 이름 붙이다'라는 뜻이다. 새로운 상품이나 회사, 그룹 등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나름 명칭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법에도 소위 '네이밍 법안'이라고 해서 특정인의 이름을 붙인다. 내용을 알리고 법안 발의자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어 의원들 사이에선 유행이다. '김영란법'을 비롯해 '조두순법' '태완이법' '신해철법' '김광석법' '유병언법' '최진실법' 여기에 '우병우 방지법'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요즘 매일 언론을 장식하는 '박용진 3법'이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고 '신해철법'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일부 개정안'이다. 살인죄에 대한 공소 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 범죄수익을 은닉한 제삼자에게 숨겨놓은 재산도 추징할 수 있게 한 '유병언법' 등이 있지만 이름만으로는 법안 내용을 알아채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저 듣기 편하고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발의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 법안부터 피해자 이름을 붙인 법안, 처벌 대상자 이름을 붙인 법안 그리고 쟁점이 된 인물의 이름을 붙인 법안 등 무분별하게 갖다 붙인 탓이다. 과도한 네이밍의 사용으로 법안의 기본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스물한 살의 젊은이 윤창호 씨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윤창호법'도 그런 경우다. 이 법안 역시 시간이 지나면 네이밍만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게 분명하다. 차라리 이 법안을 공동발의했으나 본인이 음주 운전하다 적발돼, 코미디를 방불케 했던 국회의원의 이름을 따 '이용주법'이라고 했으면 더 이해가 쉬웠을지도 모른다. 모든 법안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네이밍 법안의 가치는 제정된 법이 얼마나 타당성과 실효성을 가지고 시행되느냐에 달려있다.

네이밍을 남발하다 보면 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칫 인기영합주의에 매몰될 가능성도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네이밍의 유혹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준비 중인 법안도 수십 개다. 네이밍으로 법안의 진실성이 국민에게 전달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여론몰이나 정쟁에만 치중한 네이밍 법안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