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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바다 다시 비추는 '어선 길잡이'  해양수산부가 1974년 이후로 불을 켜지 않았던 연평도 등대(사진 왼쪽)와 백령도 등대를 다시 점등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남북 긴장관계 완화를 위해 연평도 등대를 재단장해 이르면 내년 불을 밝히고, 백령도 등대는 새로 지어 해상 공원과 연계해 재점등 할 계획이다.  /옹진군 제공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대간첩 작전 계획에 따라 폐쇄됐던 인천 서해 최북단 섬 연평도 등대가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40여년 만에 다시 불을 밝힌다.
 

해양수산부는 인천 옹진군 연평도 서남단 언덕 위에 위치한 폐등대를 보수해 이르면 내년 점등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해수부는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실천과제의 원활한 추진과 남북 긴장 상태 완화를 위해 등대에 다시 불을 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60년 3월 23일 설치된 연평도 등대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조기잡이 배를 위한 불빛이었다. 조기 파시로 명성을 날리던 연평도항에는 수천 척의 조기잡이 배가 드나들었고 당시 해무청이 안전하게 항로를 안내할 등대를 설치했다. 등대는 등탑 높이 9.5m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등대지기'가 있는 유인 등대였다. 지금처럼 위성항법 장치가 발달하지 않았던 터라 연평도 등대는 어민들의 유일한 길잡이였다.
 

해진 후부터 해뜨기 전까지 항상 불을 밝히던 연평도 등대는 1974년 7월 1일부로 더는 점등하지 못했다. 어민들을 위해 켠 등대의 불빛이 오히려 간첩들의 해상 침투를 쉽게 해준다는 이유였다. 군사정권이 종식된 이후에도 군사적 이유로 등대의 불은 다시 켜지지 않았고, 해수부는 1987년 4월 16일 등대를 완전 폐쇄했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되던 등대는 2012년 북한의 대대적인 GPS 전파교란 공격이 일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로 사용됐다. 해수부 산하 국립해양측위정보원은 2013년부터 연평도 등대에 GPS 전파방해 감시 장비를 설치해 운영해왔다.
 

이처럼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남북 대립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연평도 등대가 남북 평화 시대의 상징으로서 조만간 불을 다시 밝히게 된 것이다. 해수부는 지난 8~10월 세 차례에 걸쳐 현지 실사를 진행했고, 간단한 보수 작업을 하고 등을 교체하면 점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립해양측위정보원은 등대에 설치한 GPS 전파방해 감시 장비를 최근 철수했고, 연평면사무소도 등대 외벽을 하얗게 새로 단장했다.
 

해양수산부는 국방부와 해경, 인천시, 옹진군, 지역 어민들과 불의 밝기와 등화장비 종류, 점등 시간 등에 대해 최종 협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연평도 등대에 다시 불을 밝히기로 했다. 등대 불이 꺼진 지 45년 만이다. 

 

해수부는 연평도 등대와 같은 이유로 1974년 소등했다가 1987년 폐쇄된 백령도 등대도 다시 점등할 계획이다. 다만 시설이 너무 노후화돼 기존 등대를 활용할 수 없어 새로 등대를 짓고 주변 일대를 해양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