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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원 사회부 차장
가까운 친구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모두의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저녁을 먹는 동안 오는 문자, 전화, 카톡 등 모든 것을 공개한다. 이른바 '휴대전화 잠금해제 게임'의 룰이다.

얼마 전 개봉한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는 이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40년 지기 친구 커플이라는 설정으로 서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겉은 웃으며 우정을 말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 같이 사는 부인에게도 숨겨왔던 진실이 하나둘씩 공개되면서 가장 믿고 있던 친구는 알고 보니 가장 완벽한 타인이었다. 영화는 이야기한다. 자신의 분신처럼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함께 같은 자리에 있어도 언제부턴가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사람들보다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며 다른 짓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같은 자리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이들도 많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사람들을 외면하는 건 아닐까? 최근 한 드라마의 대사가 기억에 맴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변자는 "아니 기계는 아프지 않잖아. 감정의 기본은 아픔이거든. 아파야 서로를 이해하고 아파야 사랑도 하는 거니까"라고 말한다.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 본들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정보가 아닌 공해일 뿐이다. 그런데 마치 모든 기계의 정보를 사람들이 다 다루고 있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만용이다.

아파야 사람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늘 아프면서 살지만 그 치유의 답을 기계에서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완벽한 타인이라도 좋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자. 어차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알고 지낼 수 없는 타인이니까.

/최규원 사회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