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건수 감소추세속 '법규위반' 비율 높아
길병원·작전역·부평사거리등 대형교차로
야간·새벽에 신호 어기다 사망사고 이어져

국내 교통사고(경찰 접수·처리하는 인적 피해 수반 사고) 발생 건수는 감소세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전국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5년 23만2천35건 이후 매년 줄어 지난해 21만6천355건이었다.

 

교통사고 발생이 감소하는 추세는 인천도 비슷했다. 2016~2017년 인천시의 사고 건수 감소율은 9.6%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144명에서 105명으로 39명(27.1%)이 줄었고, 부상자수도 10% 이상 감소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유관 기관과 협력해 교통 사고 다발 지역의 도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에서 최근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 사업이 진행된 지점은 신광사거리, 석바위사거리, 신촌사거리, 굴다리오거리, 석천사거리, 간석사거리 등이다. 개선 사업 이후 적게는 24.8%에서 최대 57.8%까지의 사고 발생 감소율을 기록했다.

인천 지역 교통사고 특징의 하나는 '법규 위반 사고' 비율이 높은 데 있다. 특히 대형 교차로 상 신호 위반 사고가 많다.

운전자가 신호 위반의 경각심을 갖고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또 구도심 전통시장 부근에서 고령의 보행자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종종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길병원사거리
인천에서 인명 피해를 유발한 교통 사고가 잦은 길병원사거리.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밤 10시 이후 대형 교차로 신호 위반 위험


지난해 5월 16일 오전 2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좌회전하던 A(24)씨의 차량이 B(47)씨의 이륜차를 측면에서 충돌했다. A씨는 음주 상태로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 사고로 B씨가 숨졌다.

새벽 시간 음주 운전자의 신호 위반 사고가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인천 내 대형 교차로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길병원사거리는 인주대로와 남동대로 등 인천의 주 간선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통과 교통량이 많다. 낮 시간대 상습정체구간인 길병원사거리는 오후 10시 이후부터 차량 통행량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이른 새벽까지 길병원사거리에서 점멸 신호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거리에 진입하는 차량이 적지 않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길병원사거리에서 지난해 발생한 18건의 교통사고 중 절반(9건)은 신호 위반에 의한 것이었다.

길병원사거리 교통사고 발생은 줄고 있지만, 신호위반 사고 점유율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 교차로 상위 10곳 중 신호위반 사고 점유율이 40% 이상인 곳은 길병원사거리 외에도 작전역사거리(43.3%), 전재울사거리(47.4%), 루원시티사거리(44.4%), 부평사거리(41.2%), 숭의로터리(47.1%) 등이 있었다.

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이상희 교수는 "야간 시간에 대형 교차로에서 '이것만 통과하면 몇 분 빨리 갈 수 있다', '옆 차가 가니 나도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운전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야간과 새벽에는 '주변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역오거리·용진옥등 주택가·시장통서
65세이상 노인 길 건너다 치이는 경우 많아
지난해 효일사거리 무단횡단 7건 발생 '최다'

# 고령자 보행 사고 부평구 부평동 다수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의 다수는 만65세 이상 노인이다. 지난해 전국 보행 사망자의 54.1%가 노인이었다.

도로교통공단이 선정한 노인교통사고 다발지역 552개소 중 인천에 13개소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 1년간 반경 200m 이내에서 인명 피해 사고 3건 이상이 발생한 지역이다.

인천에서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부평동 시장역오거리와 용진옥 부근은 서로 맞닿아 있다. 이 지역 주변은 대단지 아파트와 주거지역, 부평깡시장, 청과부평시장, 부평자유시장, 부평구보건소, 한의원 등 노인이 자주 찾는 시설이 밀집해 있다.

고령 보행자의 사고 발생이 잦은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다. 주로 길을 건너던 중 차에 치여 다치는 사고가 많았다.

지난해 5월 8일 오전 10시 77세 할머니가 대정로-주부토로 교차로를 건너던 중 승용차에 치어 크게 다쳤고, 같은 해 7월 5일 오전 7시 화물차량이 부평동 거성고시원 앞 도로를 건너던 79세 할머니를 치여 피해자가 중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보행 중 교통사고 다발지역은 남동구 만수동 담방로사거리 1곳으로 지난해 3건이 발생해 4명이 다쳤다.

노인, 어린이 등 보행자 교통 사고는 보통 불법 주정차가 많은 구도심 도로와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주로 발생한다.

무단횡단을 하거나, 보도에서 갑작스레 도로 쪽으로 나오는 사람을 운전자가 보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상희 교수는 "야간에 전조등을 켜고 운전하면 전방 물체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리가 30m에 불과하다"며 "시장통과 주택가 이면도로에서는 무조건 속도를 줄이고 운전하는 게 사고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경찰등 제도·시설 개선나서
운전·보행자 '안전의무 준수' 뒷받침 필요

# 교통 사고 줄이기, 운전자 인식 개선과 함께 보행자 생활 교육 강화 필요

지난해 인천에서 무단횡단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계양구 효성동 효일사거리 부근(반경 300m 이내)으로 7건이 발생해 3명이 중상, 4명이 경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남동구 만수동 LG전자서비스센터 남동서비스센터 부근에서는 무단횡단 사고 5건이 발생해 2명이 숨졌다. 숨진 이들은 늦은 밤과 새벽 시간 무단 횡단을 하다가 차에 치였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와 시설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도로교통공단은 경찰과 함께 사고 다발 지역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제도·시설 개선으로만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운전자, 보행자들의 안전 의무 준수가 있어야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어린이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부모가 먼저 올바른 안전 행동을 보여 자연스럽게 자녀가 학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고령자 보행 안전 강화를 위해서는 "고령자들이 노화에 따른 신체적·인지적 특성의 변화를 받아들여 좀 더 안전한 보행이 가능하도록 체험·체감형 교육을 통해 습관을 교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자료/도로교통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