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이주민·난민 혐오 확산
사회불안 해결책 책임전가 하는지
열악한 노동환경·폭력적인 단속
정부의 방관자적 애매한 태도 등
지적 겸허히 수용하고 바로 잡아야

수요광장 이완2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12월 3·4일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의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대한민국의 인종차별철폐조약 이행상황에 대한 심의가 열린다. 이번 심의는 2012년에 이어 6년만에 진행되는 것으로,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전문위원이 한국의 인종차별 상황에 대해 심의를 예정하고 있다.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은 1965년 UN총회에서 채택되었고, 현재 178개국이 가입하고 있으며, 한국은 1978년 가입했다.

유엔의 한국 인종차별 상황 심의는 국제기준에 맞추어 한국의 인종차별 상황이 어떤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6조에 의하면,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상이 그러한지는 여러 가지로 의문이지만, 법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다수의 공무원이 이번 심의에 대응하기 위해, 제네바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심의를 받는 것이 의무이기도 하지만, 위원회의 따가운 질책에 이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조금이나마 피해보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도 이에 맞추어 지난 1년간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시민사회의 별도 보고서를 발표 및 제출했고, 이번 심의과정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스위스 제네바 현지로 출국하여,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위원 및 유엔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인종차별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낼 계획이다.

한국의 인종차별은 확산 일로에 있다. 체류 외국인은 약 240만명에 이르고 있지만, 이주민에 대한 권리보장은 이주민의 증가와는 오히려 반비례하고 있으며, 인종차별과 혐오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이주민과 난민 등에 대한 혐오도 함께 커져가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대우가 공공연하게, 정부의 주요인사에게서 공식적으로 언급되고, 몇몇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차별대우를 법제화할 기세다.

2014년 한국의 인종차별 상황을 방문 조사했던 UN인종차별특별보고관은 경제가 어려워질 때를 더욱 경계하라고 한국에 조언했다. 자신을 대변할 수 없는 이들에게, 어려움의 원인을 전가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통해, 그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불만을 돌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인종차별특보의 선견지명이었을까? 아니다, 어쩌면 이는 인종차별의 매우 고전적 수법이다. 사회 전체가 어렵고 힘들어질 때마다,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에게 그 책임이 돌아가던 경험을 한국사회 또한 역사적으로 누차 겪어왔던 일이다. 한국사회도 경제와 사회불안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주민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심의에서는 혐오발언과 표현에 대해 정부가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는 문제, 폭력적인 단속 추방문제, 인종차별금지 등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그리고 보편적 출생등록 등 그간 시민사회와 국제사회가 줄기차게 한국사회에 호소해왔던 사항들이 모두 다루어질 전망이다.

어찌 보면 심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픈 지적이 나왔다면, 겸허히 수용하고 이를 바로 잡아, 더 나은 사회로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그동안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수많은 혐오와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올바르지 못한 태도에 기인한 바가 매우 크다. 그간 정부는 인종차별 문제에 매우 애매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인종 혐오와 차별 행위에 대해 모른 척 방치하거나, 심지어 일부이지만 국민의 의견이라며, 공식적인 자리에 초청해 혐오 발언을 하게까지 했다. 인종차별과 혐오에 대한 지적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중립'이라거나 '사회적 합의'가 아직 덜 이루어졌다는 말로 피해갔다. 인종차별에 '사회적 합의'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인종차별에 중립이란 없으며, 인종차별과 차별금지 그사이 어떤 지점에서도 사회적 합의란 존재할 수 없다. 인종차별에 동조하거나 혹은 싸우거나 둘 중 하나만 있을 뿐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