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이 시도르킨, 자장가─  ,
파벨 잘츠만作 '아망겔디의 전사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구소련 지배 속 혁명 소용돌이 지나… 독립한지 30년도 안된 세계 최대 다민족 국가
20세기 말·유목민 자주 등장하다 1980년대 추상적 실험 시작 '정치·사회 변화 반영'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국내 최초로 카자흐스탄의 근현대 미술을 소개한다고 했을 때, 카자흐스탄에 대해 떠올린 정보는 중앙아시아, 고려인, 소련, 이주노동자 정도다. 아주 짧고, 단편적인 정보 뿐이다.

그래서 호기심이 일었지만, 과연 그만한 예술적 가치가 있을까 의아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번 '포커스 카자흐스탄-유라시안 유토피아'전은 카자흐스탄 국립 박물관과 협력해 박물관에 소장된 근현대 미술작품 110여 점을 공개하는 초대형 전시다.

소개되는 작가의 수만 57명이며 장르 역시 회화, 설치, 미디어, 조형 등 다양하게 소개된다.

워낙 양이 방대해 미술관 전시실을 모두 동원해야 했는데, 그만큼 소개하고픈 욕심이 컸다고 봐도 무방하다.

카나피아 텔자노프_콕파르(카자흐스탄 전통스포츠)_1970년대
카나피아 텔자노프作 '콕파르(카자흐스탄 전통스포츠)'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카자흐스탄의 미술을 한마디로 설명하긴 어렵다. 어떤 사조, 경향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강렬한 필치는 후기 인상주의를 떠올리게 하고, 러시아 아방가르드 영향을 받은 것이 다분히 보이는 동시에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주 등장하는 혁명화의 색채도 거둘 수 없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분방함이 작품 속에 넘쳐난다.

이 같은 작품의 특성은 카자흐스탄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유럽과 아시아 문명이 교차하는 땅, 유라시아에서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137개 민족이 살고 있는 세계 최대 다민족 국가이면서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지 채 30년이 되지 않은 신생독립국가다.

자유인, 방랑자를 말하는 '카자흐'와 국가를 뜻하는 '스탄'이 합쳐진 카자흐스탄은 그 이름의 의미답게 거대한 초원 혹은 사막에서 이주와 정주를 반복하는 유목민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18세기부터 구 소련의 지배를 받으며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거친 20세기를 지나왔다.

예브게니이 시도르킨, 자장가─  ,
예브게니이 시도르킨作 '자장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그래서 20세기 미술작품을 전시한 1부의 그림 속에는 초원을 달리는 말과 초원에서 삶을 영위하는 유목민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어두운 톤이 전체 그림을 관장하지만, 인물의 묘사나 색채를 표현하는 기법은 상당히 호전적이다.

특히 세르게이 칼므코프, 파벨 잘츠만 등의 작품은 후대 카자흐스탄 작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이 시기의 그림에는 민중을 모델로 그린 그림들이 많아 사회주의적 시각을 담은 당시의 시대상도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구소련의 개혁 개방이 한창이던 1980년대, 자유가 흐르던 사회적 변화를 지나 정치적 독립을 맞이한 현재의 카자흐스탄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살리히트딘 아잇바예프,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 1977,
살리히트딘 아잇바예프作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회화, 조각 등 전통적 표현방법에서 벗어나 이 시기의 작품들은 보다 추상적인 방식으로 예술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회주의 특유의 폐쇄된 공간에서 급격하게 서양의 예술이 유입되면서 역동성도 넘쳐나지만, 혼란도 이에 못지 않은 카자흐스탄 동시대의 미술은 우리의 예술현실과 유사성이 강하면서 그만큼 고민의 지점도 비슷하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