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수로 급유선 충돌 최악사고
정부 약속한 현장 적용 '하세월'
선장자격기준 강화 발의도 안돼
전용선 제도는 어민들 반발 스톱
15명의 사망자를 낸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가 발생한 지 다음 달 3일로 꼭 1년이다.
어선을 타고 바다낚시를 즐기는 국민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영흥도 사고 이후 정부가 발표한 낚싯배 안전대책은 진행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선 영흥도의 참사를 다시금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최악의 낚싯배사고 '영흥도 참사'
지난해 12월 3일 오전 6시께 인천 영흥도 진두항에서 낚시객 등 22명을 태운 어선 선창1호(9.77t급)가 출항한 지 6분여 만에 급유선 명진15호(366t급)와 충돌한 뒤 순식간에 전복됐다.
이 사고로 선창1호에 탑승한 22명 중 15명이 목숨을 잃었고, 7명이 다쳤다. 사고가 난 해역의 거센 물살과 겨울철 차가운 수온이 인명피해를 키웠다.
사고 지점인 영흥대교 남측 해역은 폭 200~300m, 수심 10~18m에 불과한 좁은 수로다. 낚시영업 허가를 받은 10t 미만의 소형 어선들이 하루에 수십척씩 드나들면서 급유선처럼 수백t에 달하는 대형선박과 뒤엉키곤 했다.
선창1호와 명진15호는 서로를 발견했지만, 두 선박 모두 충돌을 막기 위한 감속이나 항로변경을 하지 않고 그대로 충돌했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두 선박의 '쌍방과실'로 결론이 났다.
영흥도 낚싯배 사고는 2015년 9월 제주 추자도 해역에서 1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된 돌고래호(9.77t급) 전복사고 이후 최악의 낚시 어선 사고로 기록됐다.
■ 치솟는 낚시 인기, 더딘 안전망 구축
영흥도 사고 직후 정부는 낚시 어선 안전대책 관련 '해양선박사고 예방 및 현장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정부 주요 대책이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2년 이상 경력의 선장만 낚시 어선을 몰 수 있도록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은 관련 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발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낚시 어선에 구명뗏목, 위치발신장치 등 안전장비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의 경우 관련 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지만, 이 역시 여전히 심사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가 검토하기로 한 규제 강화 차원의 '낚시전용선 제도'는 어민들의 반발에 논의가 멈췄다. → 표 참조
낚싯배 안전망 구축이 지지부진한 사이 바다낚시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국 낚시 어선 이용객은 2015년 295만명, 2016년 342만명, 2017년 414만명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낚시를 소재로 한 TV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바다 낚시객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수부 관계자는 "관련 법 개정안은 조만간 의원 입법으로 발의할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경 전용 계류장 확충도 시급
영흥도 사고 당시 인천해경 영흥파출소 보트는 선착장에서 불과 1.85㎞ 떨어진 구조현장에 도착하기까지 37분이나 걸렸다.
해경 구조 보트가 민간 계류장에 민간 선박들과 함께 묶여 있어 선박을 풀어내고 출동하는 데에 10분 이상 소요됐기 때문이다. 해경 전용 계류장이 있었다면, '골든타임' 확보에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인천해경 파출소 11곳 중 전용 계류장을 운영하는 파출소는 4곳뿐이다.
이 가운데 영흥파출소는 낚싯배 사고 이후 확충했다. 또 다른 4곳은 관공선 부두를 쓰고 있고, 백령·대청·연평 서해5도 지역 파출소 3곳은 민간 선박과 함께 선착장을 이용한다.
전국적으로도 해경 파출소 95곳 중 전용 계류장을 갖춘 파출소는 27곳(38.9%)에 불과하다.
해경 관계자는 "전용 계류장이 아니더라도 신속한 출동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선착장들이 있기도 하다"며 "내년에 신형 연안구조선 52대를 도입하면서 계류장을 확충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해양구조 인프라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