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가져온 병폐
범람하는 영상매체 영향도 심각
사랑의 마음 절실한 요즈음이다
요즘은 청소년들 사이에서의 학교폭력, 집단폭행, 왕따, 자살 등 청소년 문제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한 남학생이 또래 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은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를 부모로 둔 학생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목격자들의 증언과 사진이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거기에 가해 학생이 경찰서에 소환되었을 때 죽은 아이의 외투를 입고 출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여름 인천 모 중학교 여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투신자살의 이유를 살펴보면, 아는 오빠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그 사실을 같은 학교 남자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위로나 어떤 대책을 바라며 얘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던 남자친구는 오히려 그것을 빌미로 성폭행을 했다. 그 사실이 유포되면서 또 다른 남학생이 또 성폭행을 했다. 이러한 아픔을 안고 그 15세 여중생은 아파트에서 죽음을 택했다. 그 과정들을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인 건지 궁금해진다.
이번에 죽음을 맞은 소년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그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러시아에서 힘들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어찌 되었든 살아보고자 노력한 그 애달픈 여인을 생각하면서 어머니로서의 내 경험이 떠올랐다. 내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올라갈 때 우리는 집안 사정으로 이사를 했다. 그 학교는 외부의 접근을 싫어하는 특별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1년이 지난 후 아들이 말했다. "엄마! 엄마는 내가 3개월 동안 학교 급식을 혼자 먹었는데, 그런 건 생각도 못 하셨죠?"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어요. 나는 혼자서 말 한마디 없이 3개월을 지냈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때서야 하루 종일 울었다. 부모의 마음은 그냥 아픈 것이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나의 경험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계속 이어지는 청소년 문제를 보면 먼저 가해 학생들의 잘못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지만, 한 명 한 명 개개인만의 문제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가져온 병폐이기도 할 테고, 범람하는 영상매체의 영향도 심각하다고 본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배워야 할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와 교사들이 그들에게 보여준 것이 무엇이었을까 싶다. 사람이라면 어진 마음을 바탕으로 긍휼지심(矜恤之心)을 가짐과 동시에 타인에 대해 마땅히 지켜야 할 의(義)로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피폐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가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무거운 마음으로 한 권의 그림책을 소개한다. <친절한 행동/재클린 우드슨 글. E.B. 루이스 그림/김선희 옮김/나무상자>은 미국의 어떤 학교에 전학 온 아이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고, 놀리고 따돌려서 결국은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게 만드는 내용의 그림책이다. 그 아이가 전학을 간 후,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친절을 베풀 때마다 세상을 조금씩 더 나아지게 한단다."라고. 전학 온 아이의 짝꿍이었던 이 책 주인공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친절하지 못했던 행동을 후회하며 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제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나는 2018년 한 해 동안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다가간 적이 있는가? 그림책 속 항아리에 떨어지는 돌멩이가 만들던 잔물결처럼 누군가를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은 적이 있는가? 척박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사건·사고들을 접하면서 작은 친절이라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베푸는 우리가 되면 좋지 않을까.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사랑의 마음이 절실한 요즈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L.N. 톨스토이-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