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지사 둘러싸고 당내 세력 '공격' vs '엄호'
金지사 사례와 비교땐 적잖이 '고개 갸우뚱'
야권 '친문-비문 권력 투쟁' 프레임 공세
경제문제와 함께 여권 전반 '불신'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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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 정치부장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 당사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출당·탈당을 촉구하는 더민주 당원연합'이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민주당은 각성하고 이재명을 출당하라' 등이 적힌 종이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비슷한 시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지지자 연대'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이재명은 죄가 없다! 정치 검찰 반대한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집권 여당 세력 내의 논란·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비판하고 공격하며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엄호하며 수사 당국을 비판한다. 이들은 대개 민주당원이며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손을 맞잡았던 사람들이다. 이재명 지사의 출당·탈당을 요구하는 세력은 각종 의혹에 노출된 이 지사 문제가 당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견 일리도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례와 비교하면 적잖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이 꾸려졌고, 김경수 지사의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물론 김경수 지사의 사건과 이재명 지사의 사건은 내용 등의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재명 지사나 김경수 지사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면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가해지고 있는 출당·탈당 논란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의 경우 기소돼 재판과정에 놓여 있지만 출당·탈당 요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기소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 출당·탈당 주장이 먼저 분출됐다. 최소한 집권 여당 세력 내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이재명·김경수 지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김경수 지사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도지사 선거에서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과 각각 경선을 벌였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도지사 선거 때 친문 핵심 지지세력들에 의해 불거졌다. 야권은 집권 여당을 분열시킬 호재로 '이재명 프레임'을 설정하고 대여 공세 도구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탈당을 하든, 출당을 시키든 서로 고소·고발을 하든 집안싸움은 적당히 하고 그 정성으로 경기도정과 국정 운영 등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친문과 비문 간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지금 이대로 두면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했다.

많은 국민도 야권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말해 준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8.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 등의 문제와 함께 '이재명 논란'(여권 전반에 대한 불신 확대로 그동안 약하게 결집해 있던 주변 지지층 이탈)을 꼽았다.

각종 현안이 널려 있는데 집권 여당은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있다는 '이재명 프레임'은 다른 여러 사안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런 세력들이 만들어 내는 정책'이라며 국정에서부터 도정에 이르기까지 긍정보다는 부정적 시선이 먼저 앞선다. 민주당 지지세력까지 냉소적으로 만드는데 중도층이나 보수층은 오죽할까. 많은 국민은 집권 여당 세력에게 묻는다. "뭣이 중헌디…"라고.

/김순기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