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여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촛불혁명의 적자를 자처해왔다. 정권의 기원을 '혁명'에 두고 있으니, 혁명의 동력이었던 시중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3일 어려운 민생경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태를 대통령 지지율 하락 이유로 꼽았다. 당 대표가 이유를 설명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나 광장의 시위가 민심을 대변하는 지표로서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키케로는 "민중 만큼 정해지지 않은 것은 없고, 여론 만큼 애매한 것은 없고, 선거인 전체 의견 만큼 허위적인 것은 없다"고 했다. 로마 최후의 공화주의자에게도 민중, 여론, 선거민심의 실체를 정의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금권정치로 유명한 크라수스를 혐오했는데 어느날 그를 칭찬하는 대중연설을 해 대중들이 크게 호응했다. 칭찬연설의 이유가 이랬다. "나쁜 일을 한 사람을 얼마나 칭찬할 수 있는지 내 웅변실력을 시험해봤지." 로마시대 민중의 여론은 정치인들의 연설을 따라다녔다.
여론과 민중은 변덕스럽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100만 대중이 3개월 동안 광화문에서 촛불을 켰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과 "미국산 소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연예인들을 이끈 시민단체의 저항은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정부는 수입 결정을 밀어붙였다. 지금 수입육 1위인 미국산 소고기는 아무 저항 없이 절찬리에 유통중이다. 여론과 민중이 꼭 진실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노동·시민단체가 문재인 정부의 배신을 규탄한다고, 문 대통령의 배신이 확정되는 건 아니다.
정권은 여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론을 감당할 권위를 상실할 때 무너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촛불대중을 설득할 권위가 없어 탄핵당했다. 키케로는 "권력은 시민에게 있고 권위는 원로원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떨어지는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걱정하기에 앞서 당·정·청의 권위가 무너지는 걸 걱정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관 비위 사태는 심각하다. 권위를 잃으면 여론과 민중의 변덕을 설득할 수 없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