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 소득격차 더 벌어져 양극화 심각
개혁 지체로 진보진영과의 대립구도 형성
공직기강 해이 등… 대처 안하면 반전 없어
한국정당체제는 집권당이 의석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여소야대 현상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는 대통령과 의회의 충돌로 인한 국정 교착을 야기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타개할 합의의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정당문화는 이를 더욱 강화시킨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들의 지지율 정체에 안주하여 개혁과 협치에 소극적이다.
임기 초 80%를 넘던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연 9주째 하락세다. 특기할 현상은 특정 계층, 지역에서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서고,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게 나오는 세대도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긍정과 부정 평가가 수렴한다는 사실은 집권 2년 차 시점에서 총체적인 국정 로드맵을 재설정하라는 강력한 경고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역대 정권의 경우 집권 측에 대한 피로감과 집권세력의 안이함 등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적신호를 간과한 결과는 임기 말 극심한 레임덕 현상이다.
국정 난조를 거쳐 임기 말 권력누수로 이어지는 한국정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지율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보수적 관점에서는 일자리와 투자, 고용 등의 거시지표의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다른 관점의 분석도 가능하다. 통계청 발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상위 20%의 소득과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경제력 집중 완화 등의 정책 부재,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와 탄력근로제 확대 등 개혁 지체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진보진영과의 대립구도는 화물연대의 파업 등에 대처하지 못했던 노무현 정부를 떠올리게 된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같지 않지만 집권 후 국정운영에서 마주하는 현실적 딜레마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보수·진보 양쪽으로부터 협공받는 구도는 지지율의 하락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경남·부산 지역 등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의 표심도 집권 초와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수구적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며 반격을 모색하고 있다.
촛불세력 대 촛불정부의 대립구도마저 읽힌다. 청와대와 공직 기강의 해이 등 정권의 위기가 의외로 빨리 오고 있다. 이러한 경고음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반전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핵심은 촛불이 지향했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를 제도화할 수 있는 동력의 상실이다. 경제 난맥 상황에서 개혁 의제가 추동되기 어렵고 지지율마저 난조를 보이고 청와대 기강 해이마저 노출된다면 마치 임기 말의 레임덕을 보는 것 같은 착시도 생긴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제도화하고 조직화함으로써 사회적 균열을 드러내고 이를 조율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사심 없이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경제도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집권세력 내의 친문이니 비문 등의 권력분화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역사엔 항상 반동과 수구가 있다. 새로운 '반동'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격의 일격을 노리는 수구세력의 정치사회적 퇴행이 명분과 전의를 상실하게 하려면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공학도 그때 생각해 볼 일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