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501000353000016951

역대 최악의 국내 사기범은 의료기기 임대업을 가장한 다단계 투자사기로 유명한 조희팔이다. 거액의 배당이나 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아 돈을 챙기는 '폰지 사기'는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 국졸의 조희팔에게 당한 피해자가 3만명에 피해액은 5조원대로 추산된다. 조희팔 가족들은 그가 중국에서 사망했다며 장례식 장면을 공개했지만, 피해자들은 이마저 사기로 여긴다. 여전히 그를 추적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

사기는 사람의 욕망에 기생한다. 부(富)를 향한 집착은 각종 금융사기의 발판이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의 다단계 금융사기가 드러났을 때 미국은 경악했다. 수십년에 걸친 650억 달러 규모의 사기행각에 스티븐 스필버그, 프로야구팀 구단주, 상하원 주요 정치인이 피해를 봤다. 초강대국 상류계층도 수익에 눈멀어 사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정치분야도 사기범이 활동하기 좋은 무대다. 권력 자체를 향한 욕망과 권력이 배분하는 이권을 향한 경쟁에 눈 먼 사람들이 많아서다. 특히 대통령과 권력자의 측근을 사칭해 공직과 이권을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 사기는 역대 정권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자유당 시절 사기범 강성병은 권력자 이기붕의 양아들 이강석을 사칭해 전국을 돌며 향응과 뇌물을 챙겼다. 권력을 조롱하는 제2, 제3의 강성병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청와대는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를 사칭한 사기범죄에 경보음을 울렸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 모 여인에게 4억5천만원을 뜯긴데 이어 김 여인의 두 자녀 취업까지 알선한 사실이 밝혀져 곤경에 처했다. 경찰은 지난 지방선거 공천 전에 돈이 전달된 점에 주목해 윤 전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자로 전환했다. 사기녀의 자녀 취업알선은 직권남용 혐의가 짙다.

윤 전시장은 5일 침묵을 깨고 한 매체에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걸 막기위해 돈도 주고 취업도 도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석연치 않다. 권 여사를 직접 만나기만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단이었다. 정치권력의 부패에 민감한 민심을 설득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