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생일날 前부인 집앞에서 흉기 휘둘러 살해
40대 남편 경찰 체포… 법원 징역 25년 중형선고

딸의 생일에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남편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에 사는 A(47)씨와 B(40·여)씨는 슬하에 3명의 딸을 둔 부부였다. 남편 A씨는 3년 전 신경계통에 희귀성 난치질환을 진단받아 투병 중이었다.

A씨는 아내가 병간호에 소홀하다는 생각에 불만을 품고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다가, 급기야 지난해 7월 아내를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이후 B씨는 세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 가정폭력 등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가 일부러 시비를 걸어 싸움을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이혼소송을 진행했다는 의심을 하며 아내에 대한 분노를 쌓았다.

A씨는 올해 7월 13일 오후 6시 45분께 미리 준비한 흉기를 가지고 B씨의 집 주변을 배회했다. 그러다가 딸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집 앞 현관문을 나서는 B씨를 발견하고 동네 주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흉기로 B씨의 가슴과 복부 등을 수십 차례나 찔러 살해했다.

이날은 큰딸의 생일이었고, 엄마와 세 자매는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A씨는 사건 다음날 자진해서 경찰에 체포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허준서)는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의 이혼 후 자녀들과 새로운 삶을 꿈꿔왔던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에서 피고인이 휘두르는 칼에 찔려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특히 피고인과 피해자의 자녀들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두게 되어 평생 슬픔과 고통을 안고 고아 아닌 고아로 살아가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