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위협하는 가짜뉴스 심각
'표현의 자유' 두고 정부 대응 신중
생산·유통 규제대책 마련 쉽지않아
법적 규제는 '혐오 표현 방지' 충분
급한 일은 '사회적 합의기구' 추진


월요논단-이용성1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허위조작 정보(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하다. 가짜뉴스의 확산은 전통적인 언론의 신뢰성 저하와 막강한 확산속도와 확산 용이성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 정치적 대립이 첨예화되고 강화된 정보 이용자의 편향적 정보 소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가짜뉴스가 선거와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기 위한 대책은 쉽지 않다.

지난 10월 국무총리가 허위조작정보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교란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되는 등 허위조작정보 대책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대책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 등이 있다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이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이 가짜뉴스의 기준과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접근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대응이 신중해졌다. 그러나 허위조작정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 4월 발의했던 '가짜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보완한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 중이다. 시민사회는 이 법안에 대해 비판적 분위기다. 허위조작정보의 정의와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허위'는 사실 여부를 따져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조작'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 허위조작 정보를 언론중재위원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나 절차는 갖고 있는지?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의 법적 규제 모델이 되고 있는 독일의 '소셜 네트워크법집행법'과 프랑스의 '정보조작대처법안'도 같은 논란을 안고 있다.

독일의 '소셜 네트워크법집행법'은 소셜 네트워크 제공자에게 위법한 콘텐츠를 신속하게 삭제하거나 차단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대해서, 민간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규제 책임을 전가해서 정당한 내용에 대한 과도한 삭제나 차단 등이 우려되고 위법한 콘텐츠 등 명확하지 않는 콘텐츠 삭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의 '정보조작대처법안'은 지난 11월 진통 끝에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선거기간 중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허위정보 유통 금지명령을 법원이 신속하게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도 허위정보 정의가 모호하고 이를 판단하는 판사의 전문성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가 허위조작정보로 신고된 유튜브 영상 및 게시물을 심의하여 '해당 없음' 또는 '각하'로 결정했다. 제재가 적절하지 않거나 이미 삭제돼 심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삭제 요청된 정보 대부분은 경찰이 삭제를 요청했고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나 정부 대상 음모론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12월 4일 시민단체 '오픈넷'은 이 결정이 "정부 여당의 과도한 가짜 뉴스 대응에 제동을 걸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근본적 의미를 숙고한 것으로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정부·여당이 추천한 통신심의소위원회 위원들의 발언을 통해 가짜뉴스 규제의 한계와 해결 방향을 찾아볼 수 있다. 위원들은 이런 정보가 문제가 있지만 해법은 정보 차단이 아니라 허위정보를 검증하려는 언론의 책임과 정부의 투명한 소통 행정, 수용자의 미디어교육 등이라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의 법적 규제는 현행법에 증오·혐오 표현 방지 규정과 소셜미디어 등으로 인한 피해구제 규정을 보완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더 긴급한 일은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과 미디어플랫폼 등이 참여하는 가짜뉴스 판별을 위한 팩트체크 프로젝트와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정책 공론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추진일 것이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